김종화기자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부실채권 소각은 재기의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더 크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년 정기적으로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이유다. 중기부는 2018년부터 소관 정책금융기관인 지역신용보증재단과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세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을 매년 정기적으로 소각한다.
올해는 지난달 25일 '2021 재도전의 날' 행사에서 부실채권 4035억원어치를 소각했다. 이를 통해 1만5117명이 1인당 평균 2700만원의 채무를 털고 재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모두 1조7437억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소각했고, 6만6012명이 채무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내년에도 3139억원어치의 부실채권 소각이 예정돼 7962명이 재기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 전망이다.
부실채권 소각에 대해 한 때 상습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모럴해저드의 위험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채무의 굴레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했던 채무자들에게 재기의 걸림돌을 제거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면서 모럴해저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옅어졌다.
2012년 기술보증기금 부실채권 소각기업이 되면서 재창업해 성공한 A씨는 "법인파산과 개인파산, 아내는 뇌출혈로 두 번의 수술을 했다. 나이도 60세가 돼 재도전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부실채권 소각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됐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지난해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부실채권 소각 대상이 되면서 재기에 성공한 B씨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부실채권 소각을 통해 다시 신용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도적으로도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부실채권 소각 대상은 법원에서 파산선고나 면책결정까지 확정한 채권, 신용회복·개인회생 절차를 모두 마친 개인이나 기업이 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연체하면서 본인의 파산과 지난한 개인회생 절차까지 밟아 소각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기업은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부실채권 소각을 통해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채권소멸 시효도 5년에서 3년 정도로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복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실채권을 소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신용회복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그대로 두면 일을 못한다. 결국 복지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면서 "부실채권을 소각해 이들의 신용을 회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면 복지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