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황윤주기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황윤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들이 안전 관련 조직과 매뉴얼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 성격의 법 규제인 만큼 법 위반 시 타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ESG(안전·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로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이슈가 부각되면서 산재 방지가 중요한 경영 시험대로 부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다음 달 중 산업재해종합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전사 안전보건관리를 총괄할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를 선임할 예정이다. CSEO는 안전을 전담하는 조직을 의무화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최근 신설되는 직책으로, 안전보건 계획에서 직원 교육, 리스크 관리 등을 총괄한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안전관리본부의 안전부문 인력을 최근 20% 보충했고, 동국제강은 안전환경 전문 인력을 기존 60여명에서 86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근로자의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안전 매뉴얼을 더 보수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현대건설은 300명 규모의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고, 삼성물산도 ‘설계안전성검토(DFS)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부터 사무직의 안전보건 수칙과 상식 교육을 의무화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중이다. 는 한 발 더 나아가 협력사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조직도 만들었다.
기업들이 안전 조직을 신설하거나 재정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법 적용 첫 사례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작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은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5배 이내)도 부담해야 한다. 특히 예민한 부분은 사업주 외에 경영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규정이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구속될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은 위험한 사업장이라는 낙인은 물론 시범 케이스로 엄격한 법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첫 위반 사례로 걸리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ESG 경영 기조도 산재 이슈를 선순위로 끌어올렸다.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해외 주요 사업장이 폐쇄되며 생산 차질이 발생하자 기업의 보건 지침이 생산성과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기업들이 ESG 평가 지수를 잘 받기 위해서는 산재 사고 발생률이 낮아야 한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긴밀하게 움직이는 대기업과 달리 인력이나 자금에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된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할지를 비롯해 하도급사업장의 재해에 대해 원청의 책임범위 등이 불분명하다며 면책조항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이미 대선 모드로 바뀐 데다 정부에서도 우선 법 시행 뒤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그때 가서 다시 논의하자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노동부에서 내놓은 중대재해법 해설서만 200쪽이 넘어 우스갯소리로 해설서의 해석본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며 "대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법령을 준용해 대비하고 있으나 관련 정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