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제로에너지 빌딩’ 실현을 위한 스마트윈도우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이산화바나듐의 상용화를 위한 길을 텄다. ‘거대 현미경’인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균질한 나노결정 상태에선 불순물을 섞지 않아도 섭씨 66도에서 녹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이산화바나듐 나노결정 내부 미세구조 변화를 초고분해능으로 실시간 관찰하는데 성공해 물질의 내부 응력상태가 금속-절연체간 급격한 상변화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홍웅기 연구장비개발부 박사 연구팀, 손정인 동국대 교수 연구팀, 이수용 포항가속기연구소(PAL) 박사 연구팀의 공동 작업 결과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산화바나듐을 불순물 도핑에 의하지 않고 나노결정의 균일한 내부응력 조절만으로 상변화 온도나 결정상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내부 응력상태와 미세한 결정구조 및 급속한 전기·광학적 특성 변화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음을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최초로 밝혀냈다.
이산화바나듐은 외적조건에 따라 절연체상에서 금속상으로 전기적 특성이 바뀜과 동시에 광학적으로 적외선을 투과시켰다가 차단하는 상태로 변하는 물질이다. 초고속 스위칭소자, 고성능센서, 메모리소자는 물론, 온도에 따라 스스로 적외선 투과율을 조정하여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열변색 스마트윈도우 등 차세대 핵심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실리콘, 알루미나, 유리 등 기판위 박막필름이나 나노결정 형태로 만들어 지는 이산화바나듐은 외부 조건 변화에 따라 특성이 변하고, 물성 제어에도 어려움이 있어 산업적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물질 내부의 응력에 따른 결정구조 변화와 상전이 물성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그 응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팀은 물질 내부의 압축 응력 상태를 균일하게 하기 위해 비정질 산화물인 산화알루미늄(Al2O3)을 이산화바나듐 나노결정 표면에 얇게 코팅해 코어-쉘(core-shell) 모양의 구조로 제작했다. 나노결정 내 미세 결정구조 변화는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빔사이즈를 가진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X선 장치(포항가속기 PLS-II 9C빔라인)로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에 활용한 가속기 X선은 일반 실험실 수준의 X선 보다 100만배 더 밝으며, 미세한 구조변화를 약 100배 이상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일반적으로 이산화바나듐이 섭씨 80~120도에서 부분적인 상전이와 불안정한 결정상을 보여줬던 기존 실험들과 달리, 코어-쉘(core-shell) 구조로 압축응력을 균일하게 만든 이산화바나듐은 상온에 가까운 섭씨 66도 근처에서 혼합된 결정상없이 급속한 상전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Applied Materials Today'지 온라인판에 지난 6일 게재됐다.
홍웅기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속으로 작동하는 스위칭 전자소자, 고성능센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열변색 스마트윈도우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상변화 물질의 물성제어에 대한 나노세계의 과학적 현상을 방사광가속기를 통해 규명한 결과”라며 “향후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고난도 분석용 장치 및 신소재 개발 분야로 후속연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