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나의 힘'…66년간 웃고 울린 송해, '송해1927'이 비춘 95년 인생[종합]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여러분의 세상입니다."

95세 최고령 MC 송해는 양손에 하트를 번쩍 들며 이같이 외쳤다. 데뷔 66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주인공이 된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송해는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송해 1927' 언론시사회에서 "대중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송해 1927'은 한평생 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최고령 현역 연예인 송해의 무대 아래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간다.

영화는 33년간 KBS1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입담과 푸근한 인상으로 전국을 누비며 MC로 활약해온 송해의 95년 인생을 함축한다.

이날 송해는 "영화를 보는데 나도 모르게 한없이 눈물이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이 눈에 들어왔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마담 B'·'뷰티풀 데이즈'·'파이터' 등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며 연출한 윤재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왜 송해의 다큐였는지 묻자 윤 감독은 "제작사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고 망설이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며 "매주 일요일 TV를 통해 봐왔고 100년 가까이 살아계신 역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 자체로 가장 큰 자체이자 영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송해가 촬영 내내 대본을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을 봤다. 늘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더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고 깨달았다"고 전했다.

'가로수를 누비며'의 라디오 DJ로 활약하던 1986년 당시 송해는 서울 한남대교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영화에는 송해는 고인이 생전 가수를 꿈꾸며 완성한 음악의 존재를 알게 된다.

우연히 고인의 곡을 접했다는 윤재호 감독은 "아들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느낌을 받았다. 우연히 발견한 곡이 필연처럼 담겼다"며 "운명처럼 만난 것"이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촬영 당시, 처음으로 노래를 들은 송해는 "아들이 한남대교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 후에는 마음이 아파서 다리를 건너가지 못했다"며 "부모가 자식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랫말을 쓰고 편곡도 해가며 만들었는데 그걸 알지 못했다니, 후회가 마음을 두드렸다"고 털어놨다.

1927년생인 송해는 95년 인생 중에 66년을 대중문화인으로 살아왔다. 현역 최고령 MC이기도 한 그는 "4년이 지나면 100년을 산 사람이 된다. 돌아보면 세월이 언제 이렇게 지나갔나 싶다"며 "연예계에 무슨 일만 생기면 가슴이 저리고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 '전국노래자랑' 출신 가수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침체한 분야에 뛰어들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장수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관객을 꼽은 그는 "바라보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의 존재 가치도 없다. 공연이나 공개방송에 오는 분이 재산이고 도움 주는 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랑극단 생활을 통해 희망을 전한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 한때 건강을 잃고 6개월간 병원에 입원해있었다. 이후 퇴원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그래선 안 되는데 소나무 가지가 날 살렸더라. 이후 정신을 차리고 가정으로 돌아갔다. 현재 코로나19로 아픔을 겪고 있는데, 후손들에게는 밝은 희망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앞으로도 아픔을 가진 분들을 위로하며 대중과 함께하고 싶다."

사진=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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