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참이슬 가격을 내릴까, 진로이즈백 가격을 올릴까.
하이트진로가 참이슬후레쉬 알코올 도수를 0.4도 낮추며 진로이즈백과 16.5도로 같아졌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원가가 줄어든다.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박스당 출고가가 2000원 높은 참이슬후레쉬의 가격을 내리거나 진로이즈백 가격을 올리는 안을 놓고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참이슬 후레쉬의 도매 출고가(1박스)는 4만6700원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출고가는 4만6200원, 진로이즈백의 출고가는 4만4700원이다. 참이슬 후레쉬 출고가가 진로이즈백보다 4.4%(2000원) 비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류업체가 도수를 낮추면 주정(酒精) 사용량이 줄어 제품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고, 출하량도 증가해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어난다. 소주는 주정을 물에 섞어 만드는데, 도수를 내리면 주정값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 참이슬후레쉬의 경우 0.4도를 낮춰 1병당 주정값 2.4원을 아낄 수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참이슬후레쉬의 지난해 판매량을 감안하면 연간 20억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와 진로이즈백의 가격 정책을 동일하게 책정하기로 결정한 후 가격 조정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진로이즈백 가격 인상안과 참이슬 후레쉬 가격 인하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이즈백의 가격을 인상하면 하이트진로의 이익은 늘어난다. 진로이즈백의 월평균 판매량은 약 100만박스다. 한 달에 20억원, 1년에 240억원의 이익이 더 발생한다. 참이슬후레쉬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진로이즈백의 가격을 올리는 안이 유력한 이유다.
하이트진로 입장을 감안해도 진로이즈백 가격 인상안이 유력해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했다. 매출액도 5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었다. 특히 업소용 매출이 타격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까지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주 출고가가 인상되면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수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소에서 소주 판매가는 1병당 4000원으로 동일한 수준이다. 출고가가 낮을수록 업소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후레시 가격을 올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빚만 늘고 있는데, 소주 출고가까지 오르면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류 도매업체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 가격을 올린다고 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원점에서 다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