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오해가 낳은 이중과세'

산업연합포럼 코스피 30대 기업 분석
경제 순환 막는 '금고 속 뭉칫돈' 오해
실제로 현금자산 비중 16.7% 그쳐
대부분 기업 차입 통해 자본 조달 운영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내 30대 주요 기업의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이 2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고 속 뭉칫돈’이란 통념과 달리 3개월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과도하게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이중과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정부의 과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5일 코스피 상위 30개 기업(금융업·지주사 등 제외)의 1분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사내유보금은 25조3000억원이었으며 사내보유금 대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은 16.7%(4조2000억원)에 그쳤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정치권을 포함한 일부에선 우리 기업이 쌓은 사내유보금 때문에 경제가 어렵단 인식을 갖고 있고, 심지어 일각에선 사내유보금을 풀어 국민경제를 선순환하게 해야 한단 주장을 내놓는다"면서 사내유보금을 둘러싼 왜곡된 인식을 지적했다.

이들 3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91.3%(25조3000억원)에 달해 자본금(27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김태동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연구원은 "현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대규모 투자나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엔 불충분한 수준"이라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차입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KIAF가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내 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묻자 5% 미만이 37.1%, 5~10% 미만이 17.1%, 10~15% 미만이 14.3%였고, 50% 이상은 8.6%에 불과했다. 또 ‘과세 부담 완화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8.3%가 ‘있다’고 응답하며 전략적 투자보다 과세 부담 회피를 위한 비자발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산업지형 변화 등 외적 변수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내유보금 이중과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백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와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가 비자발적 투자를 초래해 투자 효율성을 낮추고 있는 만큼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와 정부에 건의문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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