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로 방역 전환…'시기상조' vs '고민할 때' 갑론을박

'위드코로나 전환' 전문가 긴급진단
"방역 조이며 급한불 먼저 꺼야" 한목소리
"백신 접종·전환 준비 후 '독감 수준 관리'"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김지희 기자, 이춘희 기자]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코로나(with corona)’로 방역 방향을 전환하는 데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 상당수는 최근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한 만큼 당장은 방역을 조이며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말 새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실외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 완화 메시지가 나왔다"며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 된 만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고민해볼만 하다"고 밝혔다.

◆"아직은 방역의 고삐 죄야 할 때"=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두 달가량은 현재의 방역체계를 유지하며 방역을 단단하게 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 백신 접종률이 30%대 초반에서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점도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방역당국도 위드코로나를 택한 영국, 이스라엘 등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백신 접종률을 꼽는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현재 영국과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방역 완화로 나아가는 영국의 방식을 곧바로 대입하는 것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 방역조치를 해제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몇 주 정도 연장하면서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방역 패러다임의 전환은) 50대까지 접종이 완료되는 8월 말 이후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위드코로나에 대한 논의 자체가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엄 교수는 "누군가는 관련된 준비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유행이 심각한 상황에서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가기 전까지는 논의 자체가 방역 완화 메시지로 전달된다"면서 "해외를 보더라도 성인 접종 완료율이 50%가 넘는데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방역 강화를 검토한다. 국내에서 접종이 완료된 비율이 10%대인데 아직 공론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활용 중인 자가진단키트 역시 방역에 해가 될 수 있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자영 가톨릭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교수는 "자가진단키트는 모니터링 체계도 갖춰 있지 않은 데다 민감도가 높지 않다"며 "현재의 4차 유행에서 위음성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만큼 관리가 어려운 개인이 키트를 사용하게끔 하는 건 방역에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위드코로나 전환 "준비는 시작해야"= 4차 대유행 속에서도 위드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점이 한 몫을 했다. 국내 코로나19의 월별 치명률은 1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3월 2.87%로 가장 높았고, 3차 대유행기인 지난해 12월(2.70%) 두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백신 접종 이후인 지난달에는 0.24%로 뚝 떨어졌다.

최근 유행을 주도하는 것은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층으로 무증상·경증 환자가 대부분인 만큼 영국, 이스라엘과 같이 확진자 수 중심의 방역 체계를 탈피해야 한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올해 코로나19 종식이 어렵다는 전망과 함께 엔데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일상을 옥죄는 방식의 방역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진자 수 중심의 방역 패러다임을 중환자, 사망자 중심으로 옮겨가야 하는 것은 맞다"며 "영국과 이스라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백신 접종으로 델타 변이 확산을 억제하는 전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엄 교수도 "백신 접종은 기본이고, 사회적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구비하려는 노력 없이 말로만 방역 완화를 이야기하는 건 공부는 안 하고 시험만 잘보겠다는 것"이라며 "실내 폐쇄공간에서 환기를 적절히 할 수 있는 기술과 더불어, 노동 환경 등과 연계한 공간 밀도의 실질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대로 위드코로나 논의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치명률 0.24%는 독감의 0.1%와 유사한 수준인 만큼 독감과 같이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접종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방역 전략을 전환할 수 있다는 건 직관적인 주장일뿐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방역은 지속가능성이 낮다. 소상공인의 피해가 심하고,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졌으며, 거리두기 등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사망도 많아 방역의 이득과 비교해 비용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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