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지난 10일 한국 금융산업 분야에 새로운 업종이 생겼습니다. 바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인데요,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P2P 업체들은 이제 온투업체로 활동하게 됩니다. P2P는 대체 뭐고, 온투업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요?
P2P란 Peer to Peer의 약자입니다. Peer란 나이나 신분 등이 대등한 위치의 또래, 집단을 일컫는 말이고요. 하나의 플랫폼을 두고 대등한 관계에 있는 여러 사람이 데이터 등을 주고받는 기술이 P2P인 셈입니다.
P2P금융은 데이터 대신 돈을 주고받는 개념입니다. 온라인에서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투자자를 서로 연결해주죠. 기존에는 은행에 예금을 맡김으로써 간접적으로 자금중개에 참여하거나, 대부업체를 차려 돈을 빌려주는 방법밖엔 없었습니다. 하지만 P2P금융을 이용하면 내가 대출을 원하는 차주를 살펴보고 돈을 빌려준 뒤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대부업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다릅니다. 대부업체들은 직접 자금을 조달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죠. 하지만 P2P 업체는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과, 대출을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줄 뿐이죠. 이러한 ‘연결’ 행위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거고요. 그간 P2P업은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아왔는데, 업체들도 이러한 점을 부각하며 ‘대부업과는 다르다’고 주장해왔죠.
이에 2019년 11월 26일 P2P금융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발의됐고 지난해 8월 27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법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오는 8월 26일까지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등록해야 하고요. 등록하지 못한 업체는 더 이상 P2P업을 수행할 수 없고, 폐업하거나 대부업체로 사업을 영위해야 합니다. 지난주 P2P업체들 사이에선 첫 온투업 등록업체가 탄생했는데 ‘8퍼센트’, ‘렌딧’, ‘피플펀드’입니다.
온투업 등록업체는 기존의 P2P 업체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먼저 까다로운 등록 기준을 갖춰야 합니다. 온투법은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여야 하고요, 연계 대출 잔액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하죠. 여기다 이해상충방지, 내부통제장치, 금융소비자보호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요.
온투법에 따라 근본적인 부분의 투자자 보호도 가능해집니다. 온투업체는 투자자의 투자금과 대출자의 상환금을 반드시 자체적인 자금과 분리해 법에서 지정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 혹은 신탁하게 돼 있습니다. 연계 대출채권도 법에서 정하는 외부기관에 위탁해야 하고 영업 중단에 대비한 청산 업무 처리 절차를 마련해놓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기업이 파산하거나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에도 연계 대출채권을 ‘절연’하게 돼 있습니다. 기존 P2P 업체에서 부도가 나거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온투업에 등록된 업체의 경우 법적으로 투자자의 우선변제권을 명시하고 있어서 한층 더 안전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나 연기금 등 기관의 연계투자도 가능해졌습니다. 온투업법 35조는 금융기관의 연계투자 조항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뿐 아니라 연기금,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의 참여도 가능해졌죠. 기관투자자가 온투업체의 P2P 투자에 참여해 개인 고객에 돈을 빌려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온투업 등록에 성공한 세 업체는 중금리 대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입니다. 데이터와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해 소상공인과 주택담보대출 등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