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을 '잠재적 땅투기꾼'으로 몰아'…투기대책 논란

선의의 피해자 양산·토지시장 침체 우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후속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부가 토지 투기를 막겠다고 초강력 규제대책을 내놨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제에 따른 선의의 피해와 토지시장 침체 우려가 제기된다. 투기꾼 잡겠다고 전국민을 ‘잠재적 투기꾼화’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30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대책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 자금조달 계획서를 모두 내도록 하고,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에게만 적용하던 재산등록제를 9급 공무원까지 확대했다. 또한 농지가 이번 땅 투기 사태의 배경이 된 만큼 이에 대한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했다.

이같은 규제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목소리로 ‘과잉규제’를 지적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보를 사전에 몰래 취득해 투자하는 것은 분명 투기로 봐야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정부의 대책을 보면 관련 부동산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대다수 공무원까지 재산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이번 대책을 관통하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정부가 사실상 전국민으로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고급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을 규제해야 하는 것이지, 전 공무원에 대한 재산공개는 행정낭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부동산 시장을 옥죄려 하면 시장의 충격이 클 것" 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거래 침체 우려도 제기했다.

고 교수는 "1주택 이상을 소유하거나 신규로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는 신고할 수 있게 하되, 모든 공무원이 모든 재산을 공개하게 하는 지금 대책보다는 정보공개 범위를 조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세력은 예방하는 사전토지취득허가제를 도입해 시장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지취득 심사 강화 대책도 허점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농지법 전문가인 사동천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영농계획서를 꼼꼼하게 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는 농업현장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 농업현장을 가보면 농사가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오히려 거의 없다"며 "자칫하다간 전 농업인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에 대해 "어떤 정부도 하지 못한 강력한 대책으로,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에 버금가는 획기적 제도"라고 평가했다.

노 전 실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이제 투기를 하면 이득은커녕 큰 불이익을 받는 새로운 세상이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전날 김상조 전 정책실장을 경질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적폐청산 의지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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