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1기에 3대 몰려…날마다 전쟁(電爭)'

전기차 시장 폭발성장하는데, 제도·인프라는 여전히 내연차 중심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전기차 충전기 증가 속도 못미쳐
충전방해 관련 민원 月 수백건...갈등 심해져

서울 강남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친환경차와 관련해 보조금이나 세금제도 뿐만 아니라 인프라 문제도 심각하다. 전기차 숫자는 매년 폭증하는데 충전기가 늘어나는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원재료인 코발트, 리튬 등 희소광물에 대한 확보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1대 당 충전기 0.4대…갈수록 부족해져

9일 아시아경제가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정부부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 1대당 전기차 충전기 개수가 작년 말 0.46대에서 올해 말 0.41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5년 이후 6년 만에 최소치다.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한 것은 충전기 보급 속도가 전기차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작년 연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숫자는 6만4188대로 2017년 대비 4.3배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는 2만4907대에서 13만7636대로 5.5배 늘었다.

정부가 올해 전기차 충전기를 3만기 이상 확충할 계획이지만 올해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이륜차를 제외하고도 1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연말에는 이같은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전기차를 사용하면서 하는 충전 횟수가 보통 이틀에 1회이기 때문에 전기차 2대에 충전기 1대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나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기 수는 중국의 0.8%, 미국의 1.4%, 일본의 10.1% 수준에 불과했다.

또 다른 친환경차인 수소차 역시 충전기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주요국간 수소충전소 1개소당 수소차 담당대수를 비교해 보면 한국 232대, 중국 215대, 미국 130대, 일본 30대, 독일 9.4대로 한국이 수소차 보급에 비해 수소충전소가 가장 부족하며 특히 서울, 부산, 경기 등 대도시권의 경우 공간 부족으로 인해 수소충전소 구축이 매우 열악하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는 전기차의 보급 속도와 수소차의 보급이 세계 1위이지만 충전인프라 구축이 너무 느리고 그 수도 매우 부족하다"며 "이로 인해 작년 신규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률이 60%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충전기 부족으로 사회적 갈등 심각해져

부족한 충전시스템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자리에 일반차가 주차돼 있거나 충전기를 장기간 점유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방해 관련 민원 건수가 2019년 상반기 월평균 153건에서 작년 상반기에는 월평균 228건으로 49% 급증했다.

전기차 구입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차주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년 전 전기차를 사서 현재까지 운행 중인 직장인 최모씨(서울 성동구·38)는 충전 스트레스로 인해 차를 팔고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갈까 생각 중이다. 아파트에 전기차는 늘어나는데 충전기는 2개 뿐이라 날마다 충전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전기차 자리에 일반차량이 주차돼 있는 것은 물론 전기차 충전이 다 끝나서 빼달라고 연락했지만 차주가 전화도 안받는 사례도 있었다. 충전소 위치 파악이 어렵고 그나마 찾아도 충전기가 불량인 경우가 많아 장거리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작년에 전기차를 구입한 L씨 역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기차 충전시스템을 마련해줄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현재 여건상 어려울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L씨는 어쩔 수 없이 매일 전기차 공용 충전소를 찾아 헤매고 있다. L씨는 집밥(충전이 쉽게 가능한 곳)없이 쉽게 전기차를 구매한것은 아닌지 후회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의 61%가 아파트와 같은 공용주택에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공동주택 거주율이 높아 주택거주율이 높은 타국에 비해 충전인프라 확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충전 인프라를 둘러싼 갈등을 해마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용충전기 등의 이용과 관련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기차 사용자 간 마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부족한 충전기 자원이 갈등을 유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전기차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초적인 전력설비 구축을 의무화하고, 보급 상황 및 주민 간 합의에 따라 충전기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가는 등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원료 확보 필수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원료 확보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코발트와 리튬 등 희귀광물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광물자원이 부족해 대부분의 원재료를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국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행정부에 "100일 간 반도체 칩, 전기차용 대용량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품목에 대한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선제적인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행정명령의 배경이다.

중국은 2005년부터 남미와 아프리카에 각각 1449억달러, 2720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과 코발트 등의 소재확보를 위한 자원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2009년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하고 종합상사들의 해외 광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희토류, 코발트 등 34개 전략금속 공급안정화를 위해 특별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리튬 및 코발트 자급률이 0% 수준(2017년 기준)일 정도로 배터리 원재료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국가차원의 자원개발 노력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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