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따뜻한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사장님 '돈쭐'나길 바랍니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열풍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로,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소비 행위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기부나 봉사 등 사회 기여에 앞장선 가게에 "착한 소비로 보상하겠다"며 적극적으로 구매 의사를 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는 정의와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7호' 김현석 대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1월 본사로 온 손편지를 공개했다. 편지는 고등학생 A군이 쓴 편지로, 홍대점 점주 박재휘 씨의 선행에 대한 고마움 등이 담겨 있다.
편지에 따르면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할머니, 7살 동생과 함께 살던 A군은 가장 역할을 도맡으며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일하던 가게에서 결국 해고됐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동생은 "치킨을 먹고 싶다"고 떼를 썼다. 그러나 A군이 가진 돈은 5000원이 전부였다. 가게 앞을 서성거리는 형제를 본 치킨집 점주 박재휘 씨는 아이들을 불러 치킨 2만원 어치를 무료로 내어줬다. 이후 그는 A군의 동생이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치킨을 내어줬고, 한 번은 미용실에서 동생의 머리를 깎여서 돌려보내는 등 지속해서 선행을 베풀었다.
A군은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주신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성인이 되고 돈 많이 벌면 저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 수 있는 사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같은 미담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해당 지점을 "'돈쭐(돈으로 혼쭐)' 내주자"라며 치킨 주문이 이어졌다. 특히 다른 지역에 사는 고객들도 치킨을 주문하며 "집이 멀어서 배달 안 와도 된다. 치킨은 먹은 셈 치겠다", "좋은 어른이 돼줘서 감사하다" 등 감사함을 전했다. 선물이나 성금 등을 보내온 고객들도 있었다. 결국 해당 지점은 주문 폭주로 인해 영업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가치소비'에 열광하는 MZ세대의 특성과 연관 있다. 차별적인 것과 공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느 세대보다 민감한 MZ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다고 생각하면 가격과 상관없이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상품·브랜드엔 구매로 지지를 표현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불매운동으로 의사를 표한다. 예컨대 갑질 논란을 빚은 기업의 경우, 지속해서 불매 의사를 표하는 식이다.
MZ세대의 소비 성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 커머스 마케팅 기업 '크리테오'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약 52%는 '친환경·비건 등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미닝아웃)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이왕 소비하는 거 사회나 환경 보호에 기여되는 소비를 하는 게 의미 있지 않겠나"라며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이게 친환경 제품인지 또 공정무역 제품인지 등을 따진다. 가치 소비를 꾸준히 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런 소비를 통해 사회가 조금이나마 발전되리라 생각하면 괜스레 뿌듯하다"고 했다.
이 같은 '착한소비' 열풍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자 최근 젊은층은 '#사장님힘내세요' 릴레이를 통해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된 해당 캠페인은 '#사장님힘내세요'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주문한 음식이나 결제 영수증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수증 사진을 올리며 "어려운 시기가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가치 소비하러 자주 오겠다. 소상공인분들 화이팅"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는 MZ세대의 성향과 '돈쭐' 행위과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정의나 공정을 중시하는 세대다. 또 이들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온라인이나 SNS 등을 통해 바람직한 영향력 확산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또 선행이 더욱 확산했음 좋겠다는 의미에서 '돈쭐'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