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시대 피싱의 나쁜 진화…'목소리'보다 '문자' 더 늘어

[당신이 방심한 사이]中. 뛰는 시민, 나는 피싱범

'언택트' 추세에 범죄도 비대면으로
재난지원금 등 사회 이슈 틈타 범행 이용
범행 방법 알려지면 '신종 수법' 다시 등장
메신저피싱·몸캠피싱·보이스피싱 매년 증가세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서ㅇㅇ고객님,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설 배송상품이 반송처리 됐습니다. 확인해주세요.' 지난 설 연휴 귀성을 포기하고 집에 있던 직장인 서모씨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한 통 왔다. 문자엔 이런 문구와 함께 한 사이트 주소도 링크돼 있었다. 서씨는 무심코 링크를 확인하려다 멈칫했다. 곧바로 인터넷에 검색을 한 그는 스미싱이라는 것을 알고 이 문자를 삭제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의 도래로 달라진 것은 평범한 일상뿐만이 아니다. 각종 범죄 수법도 점점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고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신청 시기에 맞춰 정부기관 사칭 스미싱 문자를 발송하거나 명절 연휴에 택배 배송조회, 명절 인사를 가장한 스미싱 문자를 보내는 등 각종 사회적 이슈를 범행에 이용하기도 한다. 탈취한 개인정보로 가족을 사칭,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트카드 등을 구매해 핀 번호를 알려달라는 수법이나 특정 사이트의 회원정보가 변경됐다며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가짜 링크를 보내는 수법도 자주 사용된다.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특정 어플을 깔게 한 뒤 휴대전화를 통제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범죄수법이 알려지면 여기에 대응해 새로운 수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몸캠피싱 수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요즘은 저지르지도 않은 성범죄 사실을 꾸며내 협박하는 피싱도 등장했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범죄의 대표격인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메신저를 이용한 피싱 범죄 등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의 ‘치안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기준 사이버 범죄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5% 증가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전통적인 보이스피싱을 대체한 ‘메신저 피싱’은 집계를 시작한 2019년 하반기(7월∼12월)에만 총 2756건 발생했다. 지난해는 1만2402건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검거율은 2019년 811건, 지난해 2873건으로 각각 29%, 23%에 달했다. 영상통화를 가장해 악성코드를 보내는 ‘몸캠 피싱’도 2017년 1234건에서 지난해 2583건으로 3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는 각각 334건, 519건으로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고전 수법으로 분류되는 보이스피싱도 연간 3만건대에 이른다.

범행 대상도 과거엔 노인이 주 타깃이었다면 요샌 수법이 다양화된 만큼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5년간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선 50대(29%)와 40대(24%) 등 중년층의 비중이 가장 컸으며 20대 이하와 30대도 각각 17%, 14%나 됐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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