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 중국이 '김치공정' 억지까지 부리는 이유

동북공정, 일제 만주침략 이후부터 시작
북한 붕괴우려에 만주 실효지배력 강화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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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최근 중국 최대 인터넷 백과사전인 바이두에서 중국이 김치 종주국이며, 중국의 파오차이라는 채소 절임 요리가 한국으로 전파돼 김치가 됐다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는데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까지 중국의 억지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할 정도로 이슈가 됐습니다. 이것이 중국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 중인 동북공정의 일부로 풀이되면서 '김치공정'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반박에도 계속해서 억지주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외교적 마찰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영국 BBC는 지난달 말 BBC 트래블의 특별편을 통해 한국과 중국의 김치종주국 논란에 대해 다뤘습니다. 김치는 한국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자 한국의 정체성과 같은 음식으로 이미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음식인데도 중국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앞서 지난달 초 ISO에 중국의 채소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를 등재시키면서 김치 또한 파오차이의 일종이며 중국에서 전해진 음식이기 때문에 자국산 김치가 표준으로 등재돼야한다는 억지주장을 폈습니다. ISO도 중국의 주장을 기각해버렸는데요.

중국이 이런 억지주장을 펴는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논란이 됐던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동북공정은 중국 정부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이라 붙인 국책사업으로 현재 중국영토에서 벌어졌던 모든 역사가 자국의 역사에 속한다는 이른바 속지주의적 관점에서 고대부터 전승돼온 역사와 문화현상의 기원을 자국으로 돌리는 프로젝트를 뜻합니다.

보통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바꾸는 프로젝트로만 알려져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데요.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해당 공정은 한국고대사, 한중관계, 만주지역사, 중국과 러시아관계, 한반도 문제와 기타 문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해당 작업이 동북지역의 실효지배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1930년대 일제 만선사관에 당한 이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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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가 이런 역사공정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사실 1930년대부터였습니다. 1931년 일제가 만주를 침공한 이후 내몽골과 중국 전역으로 진출하면서 이른바 만선사관이란걸 주장했는데, 이는 당시 일제의 식민치하에 있던 조선과 만주가 원래 하나의 역사와 문화를 가진 지역이란 주장이었습니다. 일제는 이 만선사관과 함께 조선과 일제가 원래 하나였다는 이른바 내선일체를 연결시켜 만주 침략의 명분을 만들었죠.

이후 1935년에는 하마다 고사쿠, 미즈노 세이이치 등 관변학자들을 동원해 내몽골자치구가 중국과 별개의 문화지역이며, 이것이 또한 만주-한반도-일본의 역사와 연결된다는 주장을 펴게 됩니다. 이것은 일제의 내몽골지역 침략에 그대로 활용됐죠. 현재 국제연합(UN)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이를 민족자결주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수용하면서 일제가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의 영역이 인정되게 됩니다. 중국 학자들은 여기에 큰 충격을 받고 이후 만주지역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각종 연구들을 진행합니다.

미래 한국통일 이후 2014 크림사태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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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부터였고, 대외적으로 공개하며 공격적인 역사공정이 시작된 것이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이죠. 중국정부는 이러한 역사공정을 동북지역 뿐만 아니라 자국 내 모든 소수민족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며 모든 소수민족의 역사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소수민족들의 분리주의 운동은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내 소수민족 중에 중국 밖에 독립국가가 건설된 민족은 우리나라와 몽골 뿐이기 때문에 중국은 동북공정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가까운 미래에 한국이 통일된다면 자칫 조선족자치구가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와 같이 주민투표로 통일한국에 귀속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중국의 억지주장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죠. 중국은 김치공정 뿐만 아니라 한복도 자국에서 건너갔다는 한복공정 등 거의 모든 한국의 유형, 무형 문화유산에 대해 자국이 종주국이란 주장을 펴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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