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外人노동자 유입, 저학력 내국인 임금상승률 낮춰'

외국인 인력 1%P 늘면, 韓고졸미만 노동자 임금증가율 0.2%P↓
"외국인 유입 부정적 효과 최소화, 적합한 노동인력 선별적으로 받아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국내 외국인 인력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고졸 미만 한국인 노동자의 임금증가율은 0.2%포인트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종사하는 일자리는 농업을 비롯해 기계조작, 조립 등 단순 제조업 등인데, 고졸 미만 학력을 가진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겹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은행이 22일 공개한 '외국인력 유입이 내국인의 임금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나왔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학력 수준별로 분석한 결과 고졸 미만의 경우 업무 숙련도가 비슷한 외국인이 1%포인트 늘어났을 때 내국인 임금증가율은 0.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은 한은이 2012~2019년 이민자 체류실태ㆍ고용조사와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통해 회귀분석한 결과다.

한은이 외국인 노동자 증가와 국내 인력 급여의 상관관계를 수치로 나타낸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혜진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졸 미만의 경우 내외국인이 서로 경쟁하는 대체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고졸 미만 내국인들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3.75%다. 만약 고졸 미만 외국인 종사자가 1%포인트(약 768명) 더 늘어나면 내국인 월평균 임금상승률은 3.73%로 떨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9%를 차지한다. 2000~2015년 국내 거주 외국인은 4배 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고졸 미만 내국인과 외국인이 종사하는 직업군을 보면 상당수가 겹친다. 고졸 미만 내국인의 28.9%는 기계조작이나 조립 업무를 하며 외국인 비중은 32.9%로 나타났다. 고졸미만 내국인 중 24.0%가 종사하는 단순노무직에는 고졸 미만 외국인 35.1%가 일하고 있었다.

반면 대졸 이상의 경우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내국인 임금상승률이 1.1%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이상 외국인도 한국에선 3분의 2 이상이 저숙련 직업에 종사해 국내 인력과 겹치지 않고, 오히려 관리ㆍ전문직(한국인)들의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낳아서다.

김 부연구위원은 "저출산ㆍ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외국인력 활용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라며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부합한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정책적 과제"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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