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발톱날리기, 동물학대 논란 [김수완의 동물리포트]

혈관·신경이 있는 부분까지 자르는 일명 '발톱날리기'
반려인들 "슬개골 탈구 예방" vs "명백한 동물학대"
전문가 "발톱날리기, 관절 건강에 도움 안돼"

한 강아지가 전문가에 의해 발톱이 잘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개 발톱을 거의 남기지 않고 잘라버리거나 아예 뽑는 소위 '발톱 날리기'에 대한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강아지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학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주기적인 산책을 해주지 않는 등 반려인의 관리가 부족해 생겨난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외상으로 인한 발톱 문제가 아닌 이상 혈관이 있는 발톱을 짧게 자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려동물 관련 최대 회원수를 자랑하는 카페인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와 각종 온라인게시판 등에는 '발톱 날리기'와 관련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회원은 반려견 발톱 사진을 공유하며 "강아지 발톱 길이 좀 봐달라"며 "이정도면 혈관이 너무 많이 자란 거 아니냐"라는 문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혈관이 너무 길다. 지혈제 등을 준비해서 발톱을 날리는 게 좋겠다"라는 답글이 달렸고, 이를 본 다른 회원들은 "발톱 날리기는 학대다. 발톱 자르다 혈관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피도 나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어떻게 이런 방법을 추천해주냐", "산책만 잘해주면 자연스럽게 갈리는데 그걸 못 해주냐"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아지에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발톱 날리기는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다.

이처럼 발톱 날리기를 하는 일부 견주들은 반려견의 관절 건강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전적인 요인으로 관절이 약한 견종의 경우 길어진 발톱으로 인해 슬개골 탈구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어 아예 발톱을 짧게 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실내에서 걸을 때 소음을 유발한다는 이유, 미용상의 이유 등을 들며 발톱 날리기를 감행하는 이들도 있다.

문제는 개들의 발톱 안에는 혈관이 있어 자칫 짧게 잘랐다간 피가 나는 등 반려견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렇게 이뤄지는 발톱 날리기는 대부분 마취 없이 진행해 개들은 심각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또한, 발톱 날리기로 트라우마가 남게 될 경우 발을 건드리면 입질을 하는 등 문제행동 나타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어지고 있는 '#발톱날리기반대', '#발톱날리기반대운동', '#발톱날리기하지마세요', '#발톱날리기근절' 등 해시태그 운동.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실제로 개는 평소 산책을 많이 하면 발톱이 바닥과 마찰하며 닳아 정리되기 때문에 자주 발톱을 깎지 않아도 된다. 보통 반려인들은 개들의 발톱 안에는 혈관이 있으므로 이 혈관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개의 발톱을 다듬는다.

이렇다 보니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발톱날리기반대', '#발톱날리기반대운동', '#발톱날리기하지마세요', '#발톱날리기근절' 등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주기적인 산책을 해주지 않는 등 반려인의 관리가 부족해서 발톱이 길게 자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혈관을 제거할 정도로 발톱을 짧게 자르는 발톱 날리기는 불필요한 행위이며, 통증뿐만 아니라 골염, 세균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응철 수의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맛있는 동물병원 산책'에서 '(수의사가 말하는) 발톱 날리기, 슬개골 탈구 예방된다고 누가 그래?'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슬개골 탈구가 있는 강아지를 관리할 때 발톱이 너무 길지 않게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슬개골 탈구와 고관절 문제의 주원인은 수의학적으로 유전, 외상, 생활환경 등이다. 발톱 날리기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 생각을 할 시간에 산책이나 한 번 더 해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수의사는 "혈관을 자르면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발톱 염증이 작은 부위에 발생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경우도 심하면 절단을 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안쪽에 있는 신경이나 혈관을 타고 들어갈 경우 골염이나 패혈증 등을 유발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팀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