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진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뉴욕, 런던 등 국제 금융도시가 금융기관 간 소통 및 시너지 극대화로 세계 최고 금융경쟁력을 유지 중인 상황에서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서울과 부산이 각각 25위, 40위로 퇴보 중이다.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장치들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 지원센터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2016년 60개였던 외국계 은행 지점 및 사무소 수는 지난 6월말 현재 54개까지 감소했다.
은행 뿐 아니라 증권, 자산운용, 투자자문, 생명ㆍ손해보험, 저축은행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점포 수는 2016년 168개에서 2017년과 2018년 각각 165개, 163개로 줄어들었다. 이후 올해 6월 말 현재 163개로 제자리걸음 중이다.
2017년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 시장 철수가 집중된 후 신규 진입은 더딘 상황이다. 2017년 미국계 골드만삭스, 영국계 RBS, 스페인계 BBVA 등 외국계 은행 3곳이 한국지점을 폐쇄했다. 이어 2018년 스위스계 은행 UBS, 지난해에는 호주 맥쿼리은행, 인도해외은행이 지점을 폐쇄했다. 올해는 푸르덴셜생명과 악사손해보험이 한국시장에서 방을 뺐다.
급기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외국계 금융사 대표들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금융사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 기업 중심 자금전환을 통한 자산운용시장 활성화, 연기금의 지속적 성장은 중요한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2008년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3년 단위로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 한국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올해 5월 마련된 '제5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2020~2022년)'에 따르면 ▲핀테크 혁신ㆍ자산운용시장 활성화ㆍ공적기금 해외투자 내실화 등 금융산업 비교우위 분야 중점 지원 ▲금융데이터 활용ㆍ자금세탁 방지제도ㆍ외환제도ㆍ금융규제 국제적합성 제고 등 금융인프라의 국제화 ▲금융중심지의 성공적 조성ㆍ지역별 전략수립ㆍ금융중심지별 효과적 거버넌스 구축 등이 중점 추진과제다.
하지만 추진 효과는 미미했다. 세계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지표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올해 9월 기준 서울은 25위, 부산은 40위에 그친다. 뉴욕(1위), 런던(2위), 상하이(3위), 도쿄(4위), 홍콩(5위) 등과 비교할 때 크게 뒤떨어진 수준이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바닥을 친 순위는 조금 회복했지만 중국, 일본에 비해 전반적 흐름은 퇴보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 금융중심지 추진 사업예산 11억5400만원 가운데 정책홍보와 행사 등이 포함되는 보조사업에만 74.5%(4억6800만원)에 쏠렸다고 지적했다. 세제개편, 외환거래 규제완화, 노동시장 구조 개선 등 추진해야 하는 혁신적인 안건을 수년째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는 게 금융경쟁력 제고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수도권의 장점을 부각한 금융중심지로서의 도약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수도권의 새로운 도전, 아시아 금융허브 정책의 비전과 전략'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며 국가 균형발전의 전략적 측면에서 금융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수도권은 역차별이 아닌 수도권 나름의 장점을 부각한 금융중심지로서의 도약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임을 역설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FEI) 연구위원은 "서울도 국제 금융중심지 입지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중복 지정, 네트워크 효과 및 집적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허브 발전 추진 방안이 다각도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