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주기자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현대제철에 이어 포스코도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철강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원가 비중이 큰 철광석 가격마저 폭등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지만 수주 절벽에 내몰린 조선업계와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하반기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에 납품하는 후판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후판 공급가는 철강사와 조선사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상반기 협상에서 먼저 후판 제품 가격을 t당 3만원 인하했다.
철강업계는 1년에 두 번(상·하반기) 조선업계와 선박 건조용 후판 제품 가격 협상을 벌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 철강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반드시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어서였다.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21일 t당 127.38달러를 기록, 6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일주일 뒤인 지난달 28일 123.8달러로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기 직전인 2월 보다는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 등 철강업계가 후판 공급가를 결국 내리기로 한 것은 조선업계의 수주물량과 해외 후판 수입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661만CGT)은 지난해보다 58% 감소했다. 최근 3년간 7월 누적 선박 발주량은 2018년 2118만CGT, 2019년 1573만CGT로 계속 줄고 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조선해양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30% 미만, 삼성중공업도 20% 초반에 불과하다. 이는 조선업계 입장에선 가격 인상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신 포스코 등 국내 고로 철강사는 국내 후판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철강사가 저가 공세로 국내 조선사에 후판을 납품하며 시장을 공략했으나 공급가 인하로 가격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의 고통 분담 차원서 후판가격을 인하한 후 비상경영 고삐를 더 죄고 있다. 포스코는 '고로의 스마트화'에 집중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3고로는 원료 투입부터 용광로 온도까지 인공지능(AI)이 오차 없이 운영하는 '스마트 제철소'로 거듭났고, 규모가 작고 오래된 포항제철소 1고로는 내년부터 가동을 중단한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열연, 후판 등 압연 라인은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탄력적인 설비 운영에 들어가는 등 비용 절감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재무 측면에서는 손익중심에서 현금흐름 중심으로 전환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A 철강사가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 이미 후판 생산라인 2기를 정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현재 후판 사업은 사실상 적자라고 보면 된다"며 "원료비는 2배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에 철강업계가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