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기르는 농작물…‘스마트팜’이 뜬다

살충제·제초제 없는 친환경 무농약 채소 재배
기후 변화 대응하는 식량안보 대안으로 각광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 세계 최초로 문을 연 메트로팜 모습. 사진 = 팜에이트 제공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서울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을 통해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서유미(31·가명) 씨는 지하철 역사 내 농장에서 샐러드를 구입해 아침 끼니를 해결한다. 올해 6월 문을 연 메트로팜에선 재배 중인 농작물(원물)을 내부 직원이 수확하고 포장해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김 씨는 “간단히 아침 식사로 샐러드가 생각날 때가 있는데, 갓 수확한 신선한 농작물을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이 도시인의 생활 가까이로 들어왔다.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햇빛 없이 실내에서 공장처럼 농작물을 재배하는 메트로팜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하철 역내에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건 세계 최초 사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긴 장마로 채솟값이 급등한 가운데, 안정적인 채소 수급이 가능한 스마트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상도역 메트로팜을 시작으로 현재 총 5개 역사에서 메트로팜이 운영 중이다. 한 달 생산량은 약 1.5t 규모로 잎채소류 30~40종, 허브 20~30종을 재배한다.

상도역 메트로팜은 약70평 규모로 6개 층으로 쌓아올린 총 7000여 개의 화분에서 잎채소를 재배한다. 메트로팜을 운영하는 팜에이트 관계자는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재배 쌈채소는 유럽 품종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트로팜은 햇빛이 없는 대신 일정량의 조명과 실내 공기질 조정을 통해 제초제나 병충해에 대한 걱정이 없는 무농약 채소를 생산한다. 홍수나 가뭄, 냉해 등의 자연재해 영향 없이 매일 일정한 양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안정적 식량 공급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팜은 일반 농업 대비 30% 이상 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팜 도입 농가 분석 통계에 따르면 일반 농사 때 3.3㎡(1평)당 19kg이던 생산량은 스마트팜에서 25kg으로 늘었다. 농작물의 질도 높아졌다. 일반 농사에서 3.3㎡당 상품 생산량은 18.6kg이었던 것에 반해 스마트팜에서는 24.4kg으로 늘었다. 이에 따른 농가 소득 또한 스마트팜 도입 농가는 3.3㎡당 3만4910원으로 기존 농가의 2만7150원 보다 28.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지하철역에 문을 연 메트로팜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마트팜이 도시농업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스마트팜으로 활용 가능한 도심 부지 발굴에 나섰고, 서울교통공사는 3호선 남부터미널역과 6호선 신당역에 스마트팜 플랫폼을 조성 중이다.

스마트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팜 도입을 통해 접근성이 좋은 도시농업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초기 시설구축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 번 구축한 시설은 10년 가까이 사용 가능한 만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안정적 식량 수급의 대안으로 농업의 진화를 이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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