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건설, H빔 표준규격 확대 움직임에 희비

국가기술표준원, H빔 규격 확대 예고고시 발표
현대제철, 시장 지위 강화 기회
건설업계, 비용 확대 우려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국가기술표준원의 H빔(H형강) 표준 규격 확대 움직임에 철강업계와 건설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형 사이즈를 생산하는 현대제철은 시장 지위를 강화할 기회로 판단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비용이 확대되고 가격 결정권이 약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가기술표준원은 'H빔'의 표준 규격(KS)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예고 고시를 발표했다. 오는 9월5일까지 업계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의견 수렴이 완료되면 공청회 등을 거쳐 기술심의위원회에서 규격 확대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H빔은 철근과 함께 건축 구조물에 주로 사용되는 봉형강류 제품이다. 주로 공장이나 대형 빌딩, 다리 등 대형 철 구조물에 H빔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H빔 규격 확대 논의는 현대제철이 불을 지폈다. 현재 KS 인증을 받은 제품은 일반구조용압연강재(KS D 3503), 용접구조용압연강재(KS D 3515), H형강 말뚝(KS F 4603) 등 82종이다. 현대제철은 건설 현장에서 낭비를 줄이고 설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KS 인증 제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대형 제품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대형 제품군은 KS 인증을 받은 것이 적어서 수입재나 비인가 제품, 또는 필요 이상으로 큰 H빔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비용 및 설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제철은 대형 H빔 위주로 약 30개 제품에 대해 인증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렇게 되면 H빔시장에서 현대제철의 독과점 지위만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H빔 소비량은 271만9000t으로 집계됐다.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H빔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현대제철은 점유율이 50%인 1위 업체다. 동국제강은 35% 수준이며 나머지는 수입산(15%)이 차지하고 있다. 소형 H빔 가격은 t당 72만~75만원이지만 대형 제품은 더 비싸다. 대형 제품의 경우 현대제철만 생산하고 있어 가격 주도권이 철강사에 있다. 건설업계가 H빔 규격 확대에 긴장하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무소는 철강사와 이해를 같이할 수 있지만 시공사는 인증받은 대형 H빔을 상비해놓아야 하므로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대형 H빔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현대제철의 가격 결정권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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