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3년째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호(가명 49)씨는 최근 이익이 급감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20% 넘게 감소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지 않으면 점포 운영이 어려워졌다. 평일과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혼자 일해야 월 300만원 남짓한 순수입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 씨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생도 줄이고 혼자 일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내년 최저시급까지 오르면 점포 운영이 사실상 어려워진다"면서 "눈치보이더라도 회사에 남아있을 걸 자영업 전선에 괜히 뛰어들었다"고 토로했다.
노동계가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을 두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이 받아들여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모든 경제 주체가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삭감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점주협의회 대표와 가맹점주들이 참석했다.
점주들은 "알바보다 못버는 편의점 점주는 현실"이라며 "지난해 편의점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5억8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 매출을 기준으로 점주가 주당 50시간을 근무하면 월 수익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100만원 이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편의점주 절반 이상이 월 최저임금의 절반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면서 "편의점의 20%는 인건비와 임대료조차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점포"라고 토로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32.7%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을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의 지불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간 편의점 점주들은 자신은 못 벌어도 최저임금을 주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려왔다. 주당 70~80시간은 보편적이고, 가족까지 동원하여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점주도 많다.
점주들은 "이제 더 이상 노동시간을 늘릴 수가 없는 한계에 와있다"면서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지불 능력이 없다. 남은 방법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범법자가 되거나 폐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야간 영업을 하지 않거나 점주 자신들의 근로시간을 늘리면서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거나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일자리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더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하여, 영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0~40%에 달한다"면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점주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를 반영하고,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2.87% 삭감(전년도 인상분) ▲주휴 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를 촉구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