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기자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3년 차 직장인 A(28) 씨는 직장상사와 관계가 나빠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A 씨는 "얼마 전 상사의 밤낮 없는 연락에 불만을 토로했다가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는 욕까지 들었다"라면서 "평소에도 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요즘 (상사가)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있는데 퇴사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직장인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연봉이나 업무량이 아닌 인간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를 우선 가치로 두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간관계를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장인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그 요인도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2일 직장인 1,22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과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7%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는 '상사·동료와의 인간관계'가 25.2%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과도한 업무량'(23.7%), '낮은 연봉'(13.1%), '상사·고객·거래처의 갑질'(9.9%), '성과에 대한 압박'(8.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예민해지면서, 심지어는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변화로는 △'성격이 예민해졌다'(23.3%) △'만성피로에 시달린다'(18.8%), △'두통·소화불량이 생겼다'(17.8%) △'불면증이 생겼다'(9.8%) 등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같은 스트레스가 누적되다 보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번아웃 증후군은 '타버리다', '소진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증에 빠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될 경우 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 증후군을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분류했다.
이렇다 보니 직장인 10명 중 9명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앱 블라인드가 지난 5월 1만91명의 직장인에게 '번아웃 증후군'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에 번아웃을 경험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직장인이 89%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이런 상황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가치 충돌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의 경우 조직에 헌신하는 것을 가치로 여겼던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조직의 효율성을 더 중시하다 보니 상하 관계 등을 강조해왔다"라면서 "반면 젊은 세대의 경우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조직에 충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우선 가치로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이유로 20·30의 경우 타인의 지나친 요구에 거부감이 있다. 이 때문에 감정 소모와 같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는 하지 않으려 한다"며 "세대 간의 가치가 많은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인데, 이는 소통이 안 된다는 뜻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의 입장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또 불필요한 기대를 서로 하지 않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