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교훈…車업계 '부품 공급망 다변화' 나선다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안정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수개월간 생산 차질이 지속되자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던 기존 서플라이 체인에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국내 1차 협력업체인 패커드코리아에서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되는 와이어링 하니스를 생산해 공급받기로 했다. 오는 9월 양산을 목표로 현재 관련 개발을 진행 중이다. 다만 트레일블레이저의 부품 수급난이 계속되고 있어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한국GM은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레일블레이저의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을 대부분 필리핀에서 조달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필리핀 내 부품공장 가동이 차질을 빚자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부평1공장은 지난 5월부터 두 달 가까이 영업일의 절반 이상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한국GM은 최근 위기를 부품 공급망 다변화의 기회로 삼은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생산 차질이 계속되고 있어 부품 공급망과 관련해 다양한 대책을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필리핀 내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내달부터는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은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란 게 한국GM의 설명이다.

특히 각 완성차 업체의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부품 공급선 다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핵심모델의 경우 그 판매가 회사 전체의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한국GM이 국내공장에서 글로벌 전체 물량을 생산하는 볼륨 모델로, 주요 자동차 시장인 북미 시장에 안착할 경우 한국GM에 확실한 반등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출시 반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출고 대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엔 북미지역에서 판매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생산이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이번 결정은 차량 생산 단가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앞서 중국 내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공장을 줄줄이 멈춰세운 바 있는 부품이다. 생산에 많은 인원이 투입돼야 하는 탓에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 공급선이 집중돼 있었다. 이 부품 하나가 국내 완성차 생산라인 가동을 좌우할 만큼 큰 타격을 주면서 부품 공급망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면에서 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당장 공급망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속거래가 일반적인 데다 라이프사이클이 긴 탓에 공급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완성차 업체는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부품업체의 경우 물량이 적으면 원가를 낮추기 어려워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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