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기자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지형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후로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국내 경제를 이끈 중후장대 산업 종목들은 상위권에서 대거 밀려났고 그 자리를 비대면(언택트), 바이오 등 4차산업 종목들이 대체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인 올해 1월2일 국내 증시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NAVER),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현대모비스, 셀트리온, LG화학, 포스코(POSCO), 삼성물산 등의 순이었다. 수출 중심의 전통적 제조업 종목들이 대거 시가총액 상위주에 포진했다.
6개월 가까이 지난 이달 18일 기준 시총 순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카카오, 삼성물산, SK 등으로 바뀌었다. 시총 상위 순위가 반도체, 바이오, 언택트, 배터리(2차전지)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 관련 종목들로 채워졌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언택트 관련주들에서 나타났다. 네이버(4위)와 카카오(8위) 등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은 시총 5위의 현대차를 넘어서는 등 국내 증시의 판도를 뒤집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시총 순위 23위에 불과하던 카카오는 지난달 13일 사상 처음 시총 10위권에 얼굴을 선보였고 이후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삼성전자(1위)와 SK하이닉스(2위) 등 기존 시총 주도주인 반도체업종은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등에 들어가는 수요 증가로 시장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자동차, 항공,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에 대해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국내 대표 철강기업으로 연초 시총 9위이던 포스코는 현재 16위까지 밀려났다. 연초만 해도 각각 5ㆍ6위를 기록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11위, 14위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2015년만 해도 삼성전자와 시총 1, 2위를 다투던 종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3위), 셀트리온(5위) 등 제약ㆍ바이오업체들도 연초 대비 시총 순위가 모두 올랐다. 이들 종목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삼성SDI 등 2차전지주들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요 확대 전망에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여전히 제약ㆍ바이오주가 선전하고 있다. 피하주사형 변환 기술을 보유한 알테오젠의 경우 시총 순위가 지난해 말 30위권 밖이었지만 최근 4위로 올라섰다. 5위 씨젠의 경우 지난해 말 순위가 43위였지만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주목을 받으면서 시총이 급격히 불어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연초 7조57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전날 기준 15조9600억원으로 약 8조3900억원이나 늘었다. 종합제약사 도약을 선언한 셀트리온제약은 기존 20위에서 2위로 18계단이나 상승했다.
반면 CJ ENM은 3위에서 8위로, 9위이던 파라다이스는 24위까지 급하락했다. CJ ENM은 코로나19 여파로 TV 광고 매출, 영화 극장 매출 등이 감소했으며 파라다이스는 최근까지 하늘길이 뚝 끊기며 외국인 카지노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