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이 김치 참 맵다"
김치를 먹어보면 단번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매운지 알려면 성분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약 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최근 이를 1분안에 끝낼 수 있는 분석법이 개발됐다. 성분 분석 시간이 줄어들면서 매운 맛을 표준화 하는 작업의 시간도 짧아지게 됐다. 입맛에 맞게 매운 김치를 골라 구매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위생안전성분석센터와 경희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이 김치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을 1분 안에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 활동을 펼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연구기관이다.
연구팀은 매운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과 '디하이드로 캡사이신'의 함유량을 정량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보다 더 가는 모세관 안에 계면활성제를 채운 뒤, 전기장과 레이저를 이용해 시료의 다양한 성분 중 매운 맛을 내는 두 성분만 정확하게 검출하는 기술(고감도 모세관 전기이동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성분 분석 시간과 검출 감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시료에서 캡사이신과 디하이드로 캡사이신을 53초만에 동시 분리했다. 기존에는 약 한 시간이 소요되던 작업이었다.
특히 연구팀은 기존 분석보다 검출감도가 캡사이신은 4230배, 디하이드로 캡사이신은 2382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아주 극미량의 성분이 시료 안에 있더라도 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소는 이 기술이 김치 매운 맛의 표준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매운 맛의 기준이 다르다. 표준화 된 매운 맛이 있다면 이를 기준으로 맵기를 조절한 김치를 만들 수 있다. 입맛에 맞는 매운 맛을 골라 먹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연구소는 새로운 매운 맛 성분 분석법을 통해 얻은 결과로, 표준적인 매운 맛을 설정하고 매운 맛의 등급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학종 세계김치연구소 소장 직무대행은 "신규 분석법을 통해 상품 김치의 매운맛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기호에 맞는 김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김치의 맛과 향에 대한 표준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