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이어 국세청까지…정의기억연대·시민단체 회계 '도마위'

중대 회계규정 위반시 모집등록 말소까지 가능
'준법여부' 감시 대상 된 시민단체들 위기 봉착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에 후원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이광호 기자] 국세청과 행정안전부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시민단체 전반에 걸쳐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가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이번 사안이 다소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규모가 작은 시민단체들의 경우 회계 전문인력 등 미비와 상대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어 중대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존립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행안부와 국세청은 이번 조사가 이들의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가려내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회계서류상 오류가 확인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행정제재는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정의연의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기능을 박탈당하는 일이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부금품 모집자가 모집ㆍ사용계획서와 달리 기부금품을 모집하거나, 기부금품 사용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행위, 거짓으로 공개한 경우 등 중대한 위반 사안이 적발되면 최대 '모집등록' 말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모집된 기부금품도 반환해야 한다. 다만 행안부에 등록된 기부금 모집단체가 모집등록 말소 처분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치는 단체 자체를 해산시키는 건 아니지만 기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은 시민단체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물론 위반 사안이 미미할 경우 시정 요구로 끝날 수도 있다.

행안부는 정의연의 기부금 모집과 지출 활동이 행정적 절차를 갖추고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들여다 보겠다며, 22일까지 기부금 모집과 지출 내역 등이 담긴 출납부를 제출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행안부에 제출된 기부금품 사용계획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8∼2019년 피해자복지사업에 2억6500만원 등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2년 간 사용한 금액은 4784만원에 불과했다. 다만 계획에 따른 집행기간이 2020년까지로 돼 있어 집행이 모두 마무리된 상황은 아닐 수 있다.

행안부는 이번 자료제출 요구가 기부금품 모집단체가 갖춰야 할 서류를 점검하는 것일 뿐 기부금품의 구체적 사용처나 영수증까지 들여다보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언론에서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어 검사하는 차원에서 서류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며 "사업별로 적법하게 사용했는지, 행정적 절차를 지키고 비치해야 할 서류를 갖췄는지 확인하려고 한다"고 했다.

국세청은 정의연뿐 아니라 1만개에 육박하는 모든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점검을 벌여 부실이 있는 경우 재공시로 오류를 수정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인 총자산의 0.5%를 가산세로 물릴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맥줏집 지출 문제도 이 과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연 측은 3300여만원을 사실 50곳에 나눠 지출했지만, 대표적인 맥줏집 한 곳에 쓴 것으로 기록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의연 측은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세무당국 설명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그런 지침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50곳 중 지출액이 100만원이 넘는 곳이 있다면 이는 별도로 나눠 기재해야 한다. 일각에선 맥줏집 외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고 정의연을 압박하고 있고 정의연 측은 이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맥줏집 회계오류 논란과 관련해 "해당 영수증을 제출하는 게 아니니 일단 재공시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정의연 외 다른 법인들도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공시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세청은 이번 조치를 세무조사라고 전한 일부 보도에 대해 "결산서류를 공시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으면 시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규정에 따라 매년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이날 배포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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