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인턴기자
[아시아경제 김슬기 인턴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육아 개념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반려인이 150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반려인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회사 측에서 육아 차원으로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집은 566만 가구(반려견 454만, 반려묘 112만)로 전체 2천만 가구 중 25%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9년 서울시민의 반려동물 보유실태와 생활환경,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분석을 실시한 결과 가구 특성별로 반려견은 주택형태, 입주형태, 가구원 수에 관계없이 유사한 비율을 나타냈지만, 반려묘는 월세/기타, 1인 가구에서 기르는 비율이 높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육아 차원으로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주장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의 경우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특성과 맞물려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 및 친구라고 여길 만큼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 반려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대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 중 92.6%는 '반려동물과 죽을 때까지 함께할 계획'이라고 응답했으며, '반려동물은 자신의 가족과 다름없다'는 말에는 87.9%가 동의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A(27) 씨는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육아휴직 제도가 필요하다"며 "반려동물도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돌봄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 같은 경우 반려동물이 아팠을 당시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라며 "아직까지는 반려동물을 돌봐주기 위해 회사를 쉰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반려인을 위한 정책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나라도 인식 변화와 함께 반려동물 육아휴직 제대로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에 애정을 쏟는 반려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외 지역에서는 ‘반려동물 휴가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육아 휴직을 뜻하는 '머터니티 리브'(maternity leave)에 동물의 털(fur)을 합성해 '퍼터니티 리브'(fur-ternity leave), 즉 '동물 육아 휴직'을 보장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위치한 데이터 회사 ‘엠파티클(mParticle)'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2주간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이 제도는 자녀 양육 또는 질병, 가족의 사고와 노령 등의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돌봐야 할 때 쓸 수 있는 유급 휴가와는 별개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로마, 벨기에 브뤼셀 등에 위치한 일부 회사들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최장 이틀간 유급 휴가를 주는 등 급증하는 반려동물 가구를 고려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육아 휴직 제도가 요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상임이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반려동물은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다.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개인과 가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은 사람 못지않게 중요하다"라며 "가족과 똑같이 지원해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전 이사는 "반려동물을 일반 가족 구성원과 똑같은 비중으로 여기는 흐름이 높아짐에 따라 '반려동물 장례 휴가' 등과 같은 주장이 앞으로 자주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현상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