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표기자
최근 북한의 행보에는 의아한 점이 많다. 방사포 및 전술유도무기, 담화와 친서 등이 혼재돼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더욱 그렇다.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의 식별이 필요하다. '전략적 목표'와 '국면적 정책 운용'이다. 전자가 장기적이고 실제적인 국가 전략 또는 통치 전략이라면 후자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면상 여러 문제에 대응한 정책 운용을 뜻한다.
국면적 정책 운용에는 '진폭'이 있다. 가령 남북한 대화 국면을 순식간에 냉대 국면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태도 돌변 전략은 상대에 대한 불만, 원하는 것에 대한 강한 요구, 북한식 주도권 잡기다. 일련의 공개된 행보와 발화 행위(speech act)의 흐름·맥락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의 행보 속에 담긴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무기 개발에 대한 문제 제기 차단 및 정당화용이다. 순서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된 후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하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왔다. 또 청와대에 대한 독설 어린 담화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고 며칠 후 초대형 방사포를 쐈다. 결국 정상 간 유대와 무기 발사는 별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무기 발사는 자위권 차원의 통상적 활동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란 '쐐기' 박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했다. 김 부부장의 '청와대 저능아' 발언은 이런 미국의 '묵과'에 근거한다. 미국도 가만히 있는데 한국이 문제시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향후 문제 제기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목표 차원이다. 신형 무기 발사 행보는 국방 기술 현대화라는 전략적 목표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2013~2017년 국방 기술 현대화 4개년 사업 차원에서 일련의 압축적인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크게 세 가지 목표가 설정됐다. 첫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신형 미사일 기술 완성, 둘째는 신형 중거리미사일의 전력화, 셋째는 기존 단·중거리미사일 정확도 향상이다.
대북 제재에도 중장거리 타격 능력 신장에 집중, 결국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성공 및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한편 기존에 보유한 단거리미사일 스커드-ER의 유도 기능을 보강하고 교체를 앞둔 재고 미사일을 소진했다. 2014년엔 프로그미사일 70발을 동해상에 일제 사격하기도 했다. 향후 대체할 단거리전술미사일의 개발 계획도 수립했다. 고체연료형, 이동형, 하강-상승(pull-up)기동형의 근거리 유도무기체계 개발이다.
2018년 말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들어갔다. 같은 해 11월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방과학원이 개발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 시험에 참관했다. 무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시기 북한은 국방 기술 현대화 재개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행보가 그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신년사, 4월 시정연설에선 '국가방위력 개선' '국방과학' '국방공업'을 강조했다. 지난해 4월부터 4종의 신형 무기를 올해까지 총 18차례 발사했다. 올해 제7기 5차 당전원회의에선 향후 전략무기 등장을 예고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부터 북한은 '2차 국방 기술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단거리 스커드미사일의 현격한 열세를 극복할 대안 무기 개발이다. 한국의 진화된 대공 전력도 배경이다. 북한은 올해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 속에서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일단 관망하는 자세, '휴지기'에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단거리급 재래식 전력 개선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