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세계 해군들이 무인잠수함에 이어 무인 인공지능(AI) 잠수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해군참모총장 앤서니 라다킨 해군대장(First Sea lord Admiral Antony Radakin)은 지난달 27일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 해군 수중작전 콘퍼런스(UDT)에서 "영국해군은 방위안보촉진청(DASA)과 협력하여 폴리머스에 있는 방산기업인 엠서브스(MSubs)사와 기존의 9m의 S201형 무인잠수정을 30m 무인 잠수함으로 확대하는 계약했고, 엠서브스는 2021년까지 1번 시제함을 영국해군에 10억 파운드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해군은 주변국들의 수중위협이 가중되자 지난 2013년부터 뱅가드급 핵잠수함(1만 5000톤)을 교체하기 위해 신형 드레드노트(Dreadnought)급 핵잠수함(1만7000톤) 건조를 추진중이다. 여기에 재래식 디젤잠수함을 건조하려 했지만 예산문제에 부딪히면서 무인잠수함 개발로 선회했다.
영국이 개발하는 무인잠수함의 길이는 30m다. 폭 3m, 순항 수중거리는 약 3000마일이다. 영국해군이 운용하는 대기뢰전(MCM)용 무인잠수정보다 약 10배가 크다. 영국해군이 무인잠수함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수중 무인잠수함 함대를 구성하는 국가가 된다.
무인잠수함에 이어 무인 인공지능(AI) 잠수함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중국은 이미 무인 인공지능(AI) 잠수함을 이르면 2021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시기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췄다. 무인 AI 잠수함은 국제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나 중국이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는 서태평양에 집중적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군은 무인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너무 작고 이를 배치하고 회수하는 데 다른 군함이나 잠수함이 필요해 다양한 작전 수행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군이 개발하는 무인 AI 잠수함은 일반 잠수함에 맞먹을 정도로 크며, 잠수함 안에 고성능 정찰 장비나 어뢰,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더구나 AI가 적용돼 적군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항로를 변경하고, 적국 군함과 민간 선박을 구별하거나,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최적의 항로를 선택하는 일 등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 무인 AI 잠수함은 정찰, 기뢰 매설, 매복 등의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적군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미끼로 사용될 수 있다. 나아가 항공모함, 순양함 등에 가미카제식 자살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미국도 무인 AI 잠수함을 2020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클로스'(CLAWS)다. 클로스 프로젝트는 일급 비밀로, 무인 잠수정에 센서와 알고리즘 기술을 도입해 대잠수함 탈출 등 복잡한 임무를 스스로 수행할 계획이라는 내용 외에는 세부적인 사항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무인 AI 잠수함 개발을 록히드마틴, 보잉에 의뢰했다. 보잉이 개발하는 무인잠수함은 길이 15m에 지름 2.6m로, 수심 300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수개월 동안 항행 거리 1만2000㎞에 달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15㎞에 이른다. 12개의 어뢰 발사관도 탑재된다.
무인잠수함의 강점 중 하나는 인간 승무원의 탑승과 안전을 위한 시설을 갖출 필요 등이 없어 건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이다. 2020년대 초반까지 미국 해군에 인도될 차세대 콜롬비아급 유인 잠수함 12척의 개발과 건조 비용은 무려 1200억달러(약 135조원)에 달한다.
반면에 록히드마틴이 개발하는 무인잠수함의 개발 비용은 4000만달러(약 450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항행 중 고장이 났을 때 이를 수리할 승무원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무인잠수함이 수행할 수 있는 작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지적도 나온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