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中주재원 귀국·공장 가동 연기…글로벌 제조 공급망 무너진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후폭풍이 글로벌 제조업 공급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도 빠르게 확산하면서 '생산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춘제(설) 연휴 이후 현지 공장을 정상적으로 재가동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기업이 속출하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베이징 소재 공장을 포함해 중국 현지에 있는 모든 공장의 재생산 시기를 최소 2월10일 이후로 연기했다. 또 중국에 파견한 주재원 가족에 이어 주재원도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 채 전원 철수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는 이날 "현대차 베이징 공장의 재가동 시점이 일단 2월10일로 늦춰졌으나 또 다시 연기될 수 있다"면서 "다음 주 중으로 당직 근무자를 제외한 주재원도 한국으로 복귀해 별도의 지침 전까지 재택 근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비상 대응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주재원 가족 중 귀국 희망자에 한해 회사가 비용을 지원하며 귀국을 권고한 바 있으나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주재원 철수령은 내린 것은 처음이다.

불똥은 국내 공장으로도 튀어 부품 재고가 소진하는 다음 주께부터는 국내에서도 정상적 생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장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울산과 전주 공장 특근을 철회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주 일부 공장 특근 철회를 시작으로 현대기아차 모든 공장이 다음 주면 전장에 들어가는 각종 자재 결품으로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소ㆍ중견기업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제조 공급망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 가운데서는 미국 애플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대부분의 아이폰을 만들고 있는데, 주요 조립 업체인 폭스콘과 페가트론이 신종 코로나 발병지와 매우 가까워 당분간 정상적 가동이 요원한 상태다. 댄 아이브스 미국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한시에 대규모 부품 공장과 다른 지역에 아이폰 조립 생산 라인을 둔 폭스콘은 다음 달 중순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의 회사 복귀도 연기했다. 이는 당장 아이폰의 생산은 물론 평판 스크린 TV와 랩톱 생산 등 전 세계 IT 업계 공급망에 차질을 초래할 전망이다.

우한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대거 밀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GM과 피아트 크라이슬러, 포드 등은 직원들의 여행을 제한하고 있으며 닛산은 직원들을 우한에서 철수시켰다. 지난해 말 공장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공장 가동을 멈췄으며 올해 1분기 실적 악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PSA와 르노, 혼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래리 후 맥쿼리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를 '블랙스완'이라고 표현하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은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3년보다 세계 경제 공급 체인에 더 깊게 관여돼 있다"면서 "중국 내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공급체인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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