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전 닛산 회장 '기소 근거 없어' 무죄 주장…日 사법체계 강력 비판

레바논 입국 후 9일만에 기자회견 열어

닛산과 일본 정부 공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

"정의 원해서 탈출했다"…도주 방법은 밝히지 않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일본에서 형사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사법체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은 "금전 비리로 나를 기소한 것은 근거가 없다"며 "왜 검찰은 조사기간을 연장하고 나를 다시 체포했느냐"고 말했다.

이어 곤 전 회장은 "검찰은 14개월 동안 내 영혼을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내가 아내와 연락하는걸 막았다"며 "하루 8시간이나 조사를 받았는데, 변호사도 동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사법제도에 대해 "기본적인 인권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자신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으면 유죄를 받을 확률이 99.4%나 된다며 외국인에 대한 일본 법정의 유죄 판결 비율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닛산과 르노의 싸움에서 닛산과 일본 정부의 공모로 자신이 희생됐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체포에 대해 일본이 1941년 미국 함대를 공격한 '진주만 공격'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친구들 중 일부는 닛산에 대한 르노의 영향력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닛산자동차와 사이카와 히로토 전 사장과 도요다 마사카즈 경제 산업성 출신 사외이사, 법무 당국 외국인 전무 등을 언급하면서 사이카와 전 사장과 도요다 사외이사가 일본 당국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다만, 자신의 축출에 개입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곤 전 회장은 일본 탈출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나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나는 모든 혐의에서 무죄"라며 "정의를 원하기 때문에 일본을 탈출했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 법정에 설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방법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곤 전 회장이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달 30일 레바논에 비밀리에 입국한 후 9일만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부인 캐럴 곤도 레바논 출신이다.

레바논 검찰은 9일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수배를 요청한 곤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레바논 언론이 보도했다.

알베르트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은 "곤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 수배요청을 받았고, 합법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 등의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구속됐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해 4월 풀려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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