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장에 제재완화까지…'노딜' 포석 까는 北

연말시한 주장하며 중·러 통해 요구
트럼프 "北, 뭔가 진행 중이라면 실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눈밭에 주저앉아 있는 김 위원장의 오른 손에 담배가 들려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며 '노 딜'의 포석을 까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이후 '안전 보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바꿔 내건 북한이 '제재 완화'까지 더해 요구 조건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티토프 러시아 외무부 제1차관과 '전략대화'를 진행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전략대화라는 형식의 회담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9월에는 북한 고위급이 총출동해 평양에서 '신중국 건국 70주년 경축 행사'를 여는 등 북ㆍ중 우호를 과시했다.

북한은 하노이에서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했으나 노 딜로 끝난 이후 안전 보장으로 요구 조건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은 수십 차례 담화와 성명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남한의 전략자산 반입 중단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러가 유엔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한 것은 결국 미국이 북한에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군다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북ㆍ미 협상의 진전을 위해 방한한 상황이다.

연말 시한을 제시한 북한이 사실상 노 딜을 선언하기에 앞서 중·러를 활용해 안보리에 요구 조건을 내거는 전략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관해 합의만 한다면 제재 완화는 물론 안전 보장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정작 북한은 영변 이상을 내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건 대표는 1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만나 '타당성 있는 단계·유연한 접근을 통해 북한과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을 바란다면 그만큼의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것이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협상의 문턱을 높인 북한은 이후 연말로 예고된 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길'을 선포하며 그 책임을 미국에 돌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북한에 대해 "무언가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라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규제 개혁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하다 취재진이 북한 상황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하면서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켜보자. 우리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많은 곳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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