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넥슨이 올해에만 9개의 게임과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며 본격적인 구조개편 작업에 들어섰다. 실험적인 작품도 다양하게 시도했던 과거와 달리 '리니지'라는 주력 제품에 집중하는 엔씨소프트와 같은 변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해 들어 9개의 게임과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올해 초 추진했던 매각이 불발되면서 대대적인 '다이어트'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4월 '히트(HIT)'와 'M.O.E'를 접은 데 이어 '니드포스피드 엣지(5월)', '배틀라이트(7월)', '어센던트 원(8월)' 등을 연달아 접었다. 개발중인 프로젝트도 여럿 무산됐다. 지난 7월 '프로젝트G'가 개발 중단됐으며 네오플 산하 스튜디오 42가 해산되면서 개발하던 '데이브'와 '네 개의 탑'도 접었다.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 겸 개발총괄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던 '페리아 연대기'도 최근 출시가 최종 무산됐다. 8년간 600억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정리 작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 9일 사내 공지를 통해 여러 게임들을 대상으로 재검토에 들어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내부 프로젝트들을 대상으로 이달 중 검토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소 실험적인 작품들도 다양하게 개발했던 기존 기조와 달리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미 출시된 게임들도 정리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초 출시한 '듀랑고'도 유력한 후보다. 5년 간 600억원을 들여 개발했지만 출시 당시부터 접속 장애로 잡음이 이어졌다. 현재는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3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서버비용조차 나오지 않는 수준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했다. 그 밖에도 '트리오브세이비어', '이카루스', '버블파이터' 등의 게임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니지'에 집중한 엔씨소프트처럼 넥슨도 유력 지식재산권(IP) 몇 가지만 집중 육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넥슨의 주력 매출원인 '던전앤파이터'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미 단독으로 누적 매출 100억달러(약 12조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넥슨의 주요 수익원이자 거의 유일한 수익원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까지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신작의 성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지난 2017년 1월 출시한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혼'은 부진 끝에 그해 12월에 서비스 종료됐다. 현재 개발 중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공 여부에 던전앤파이터 IP의 수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최근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영입하고 원더홀딩스의 자회사인 게임사 에이스톰 등과 협력을 발표한 것도 '던전앤파이터'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허 대표와 김윤종 에이스톰 대표 모두 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차기 '던파'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또 킬링소프트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