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기자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글로벌 보험사들이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발맞춰 보험과 기술이 결합된 인슈어테크의 활동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규제 환경에 가로 막혀 이 같은 흐름에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글로벌 핀테크 규제환경 분석과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국내 보험산업은 의료법상 의료행위 논란, 특별이익 제공 기준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인슈어테크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 핑안보험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원스톱 의료 서비스인 '원-멀티 클리닉(One-Minute Clinic)'을 8개 지역에서 출시해 의사의 원격의료 서비스와 약품 구입까지 의약품 자판기와 함께 설치된 부스에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의료법에서 원격진료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보험사의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의료관련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금은 고객의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최소한의 인슈어테크 기술만 적용한 보험상품 개발에 그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는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기준을 마련했지만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행위 등의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며 "민관합동 법령 해석위원회 같은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소액단기보험 가입절차 간소화를 통해 플랫폼 이용 보험가입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주택보험 스타트업인 레모네이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험가입(90초), 보험금지급(3분) 등 빠르고 단순화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보험약관도 2만개에 달하는 단어 사용을 2000여개로 대폭 줄였다"고 소개했다. 이런 흐름과 달리 국내 보험시장은 소액간단보험에서조차 복잡한 청약절차로 신속한 보험가입이 어렵고, 보험약관에도 보험사의 책임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어 가벼운 약관 작성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슈어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험사가 제공하는 특별이익에 대한 제공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현행 기준에서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과 관련해 건강관리기기 구매를 제외하고는 모집 종사자가 최초 1년간 보험료의 10% 또는 3만원이 넘는 특별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손해보험에서 누수감지·도난방지 등 위험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장치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없고, 건강증진형 상품에서도 기기 제공에 대한 일부 가격 제한으로 인해 상품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해외 유망 핀테크기업 비즈니스 모델 사례를, 장경운 금융감독원 핀테크 혁신실장이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와 시사점 대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뱅크샐러드 앱에서 여행자보험을 고객에 추천할 때 과연 뱅크샐러드가 상품 가입 신청서를 받을 수 있는지, 이것이 안 될 경우 다른 보험앱으로 링크를 걸어줘야 하는지 또는 직접 GA라이센스를 취득해서 가입 시킨다고 가정할 경우 오프라인 대면채널 모집질서를 위한 '50% 자기계약율'을 지켜야 하는지 등의 의문이 생긴다"며 "기존 금융업 불완전판매에 대한 규제들이 토스·뱅크샐러드 등 온라인 플랫폼 경제로까지 적용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민 한화손해보험 상무는 "손해보험사에는 실손보상의 원칙이 적용돼 현재 개발을 해놓고도 출시를 못한 '항공기지연보험'이 있다"며 "다양한 신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과거 손해율 데이터가 필요한데 감독기관에서 외국과 다르게 데이터 공유를 막고 있어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상무는 "소액단기보험 판매에 있어서도 국내는 15~20분에 걸쳐 보험약관을 읽어줘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외국의 경우에는 모바일 플랫폼 판매시에는 약관만 전해주면 국내처럼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세마나 축사에서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인 맞춤형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 한다"며 "해외에서 검증된 다양한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규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규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지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고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