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기자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7년 넘게 우울증을 앓아온 문선혜(26)씨는 최근 주변 시선이 신경쓰여 병원 진료를 미루고 있다. '정신질환자는 격리대상자 혹은 범죄자'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질환자 범죄 뉴스가 많이 나오면서 분노와 혐오 여론이 많이 번진 거 같다"며 "혹여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걸 지인들이 알게되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불안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고, 이런 여론은 다시 환자들로 하여금 치료를 회피해 증세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또다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사망 사건과, 경남 진주시 아파트 살인사건 그리고 4일 조현병을 앓는 화물차 운전사의 역주행 사건 등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커졌다.
실제 정신의학과 의사들은 진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최근 불거진 강력범죄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나도 혹시 강력범죄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을 정도로 불안감을 호소한다"며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으시는 분들은 전조 증상을 확인할 수 있고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돌발적인 폭력행위를 할 확률이 극도로 낮다"고 밝혔다.
최근 3~4년 사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4년간 발생한 정신이상ㆍ정신박약ㆍ조율증 등 정신질환자 범죄는 총 3만559건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력범죄가 2876건으로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인구 구조상 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명수 대한조현병학회 이사는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는 방치된 상태에서 일어난다"며 "인구구조상 1인가족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신질환 증세가 악화되는데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백종우 교수는 "조현병 관련성이 분명하지 않거나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조현병으로 의심하는 보도도 문제가 있다"며 "이들을 '공공의적'으로 여기게 되면 환자들은 더 숨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정부ㆍ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도 절실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에 대해 감추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