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본능에 밀린 '민생'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독재ㆍ쿠데타ㆍ반란ㆍ폭거ㆍ지옥ㆍ폭망ㆍ구걸ㆍ날치기…' 비판이라고 평하기엔 민망한 단어가 난무한다. 현대사를 거꾸로 되돌린 듯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급기야 "말로 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엄포가 나왔고 점거ㆍ감금 등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요금 국회 얘기다. 격한 언어를 연이어 내뱉고 있는 이들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 길은 없지만 듣는 입장에선 불편하기 그지없다. 공교롭게도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상당수는 그토록 힐난하던 이른바 운동권 용어이기도 한 탓에 생경하기까지 하다. 여야와 진영을 불문하고 이런 게 한두 번인가 싶지만, 역시 갈등은 당을 총 동원한 국회 안팎의 물리력 행사로 이어졌다.

경제학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기초이론이 있다. 소비자의 효용극대화 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일반론으로 19세기 경제학자들이 도입한 개념이다. 프러시아 경제학자 헤르만 하인리히 고센이 1854년 발표한 인적거래 법칙 등에 관한 연구에 처음으로 담았고,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 등 후대 경제학자들이 '고센의 1ㆍ2ㆍ3법칙'으로 가공해 널리 알렸다.

고센의 1법칙은 같은 재화의 반복적 소비는 효용을 떨어뜨린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2법칙은 다양한 재화를 소비해야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지는 3법칙은, 경제적 가치는 반드시 재화 희소성과 소비자들의 경쟁을 통해 정해진다는 일반론이다.

충돌의 끝은 어디일까. 국회에서 연일 쏟아지고 있는 거친 언사와 행보, 그리고 무리수는 일단 지지자들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정당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내년 선거를 앞두고 그들이 체감한 첫 효용은 커 보인다. 충돌의 강도는 효용이 꺾일 때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효용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를 높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탓이다. 고센의 2법칙대로 다양한 재화를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방법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태세 전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유력 인사는 최근의 국회를 두고 "원래 그런 곳"이라고 했다.올해 들어 많아야 약 20일 정도 일했다는 국회.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불안한 징후에 대비해 처리가 시급한 민생 법안이 이른바 '동물 국회'의 본능에 밀려 희생되고 있는 듯해 걱정이 크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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