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병사봉'을 '장군봉'으로 바꿔..."백두혈통 격에 안 맞는다"실제 병사봉의 병사는 '병마절도사'의 줄임말 조중변계조약 따라 북중 분할... 통일 이후 국경분쟁 예상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방문모습(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을 맞은 20일, 남북 정상이 함께 최초로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을 등정하기로 하면서 백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두산은 단군신화에서 단군왕검이 신시를 세운 곳으로 알려져있으며, 우리나라 한민족과 중국의 만주족이 공통으로 중시하는 영산(靈山)으로 유명하다.20일 오전 6시40분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떠나 백두산으로 출발했다. 두 정상은 비행편으로 평양순안공항에서 삼지연공항으로 이동한 뒤, 이곳에서 버스로 백두산까지 이동한다. 두 정상은 먼저 백두산 최고봉으로 알려진 장군봉에 오른 뒤, 기상상태에 따라 천지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백두산 최고봉의 이름을 북한에서는 모두 '장군봉'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병사봉(兵使峰)'이라고 부른다. 조선시대부터 병사봉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군봉이란 이름은 김정일 위원장이 1963년, 백두산에 방문했을 때 붙은 이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백두산 최고봉 이름이 병사봉이란 이야기를 듣고, 김일성 주석 탄생지에 걸맞지 않다고 장군봉으로 바꿨다는 일화가 전해진다.하지만 이것은 병사봉의 이름에 따른 오해로, 원래 병사봉은 일반 사병을 뜻하는 '병사(兵士)'가 아니라 조선시대 지역사령관이자 고위 장수를 뜻하는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의 줄임말인 '병사(兵使)'에서 온 이름이다. 조선시대 동북방면 일대를 수호하는 장수로 '북병사(北兵使)'란 직함이 있었는데, 여기서 온 말로 추정된다. 당시 함경도 지역은 방어지역이 넓은 편이라 함흥에 관찰사가 주둔하며 함경도 병마절도사를 겸직하고, 북청(北靑) 지역과 경성(鏡城) 지역에 별도의 병마절도사가 주둔했다. 북청에 근무하던 병마절도사를 흔히 북병사라 칭했다고 한다.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 일대 모습(사진=두산백과)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이름까지 바꿨을 정도로 북한에서는 백두산이 단순히 민족의 영산 뿐만 아니라 지배가문인 김씨 일가를 상징하는 산이라 매우 중시되는 산이다. 김씨 일가를 '백두혈통'이라고 호칭하는 것도 지배자에 대한 신격화 작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에는 출생지를 백두산 밀영이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실제 태어난 곳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로 알려져있다.백두산은 최고봉 뿐만 아니라 산 이름 자체도 여러 별칭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흔히 '장백산(長白山)'이라고 칭한다. 앞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이르기까지 '태백산'이란 호칭도 많이 쓰였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장백산이란 표현이 제법 등장한다. 장백산이란 호칭은 우리민족과 함께 이곳을 성스러운 영산으로 신봉하던 만주족의 말에서 나왔다고 알려져있다. 만주어로 백두산은 '골민 샹기얀 알린(Golmin Sanggiyan Alin)'이라고 부르는데, '크고 흰 산'이란 뜻이라고 하며, 이를 한자로 옮긴 것이 장백산이라고 알려져있다.현재 백두산은 6.25 전쟁 이후 북한과 중국이 맺은 '조중변계조약'에 따라 백두산 천지를 기준으로 54.5%는 북한령으로, 나머지 45.5%는 중국령으로 분할돼있다. 백두산 분할은 조선과 청이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 1712년 처음 시작됐으며, 1909년 일본과 청나라 사이 맺어진 간도협약 때도 백두산 분할 문제가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천지는 물론 백두산 전역을 우리나라 영토로 지도에 표기하고 있다. 이로인해 통일 이후 국경분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중 하나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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