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에 월급 줄고 커피숍서 시간외 근무...'서민경제 악순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기업은 물론 일선 현장은 모호한 기준 탓에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경제계는 연말까지 주어진 계도 기간 내 기업 현실을 고려, 특례 업종을 늘리고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 해당 기업은 일단 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PC 자동 오프제와 출퇴근 관리를 하는 탓에 회사에서 빠져 나와 커피숍 등을 전전긍긍하며 자발적 시간 외 근무를 하는 꼼수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또 휴게 및 직원 교육 시간이나 해외 출장, 퇴근 후 거래처 관리 등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은 세부 항목에서는 회사별로 운용 방법이 제 각각이다.주 52시간 시행으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올해 하반기 정기 보수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정유ㆍ석유화학 업계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만 노사 합의를 통해 3개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을 뿐 나머지는 노사 합의 결렬로 보수 기간을 늘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기 보수를 앞두고 공장별로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정답이 없었다"면서 "정기 보수는 기회비용과의 싸움이라서 하루라도 기간을 줄이고 재가동하는 게 관건인데 주 52시간에 맞추다 보면 기간이 최소 20~30%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라고 전했다. 정기 보수 기간이 기존 100일이었다면 120~130일로 늘고, 하루 수백억원 이상의 손실 발생 기간 역시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에 이은 2위 수출 효자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의 시운전, 건설업의 기상악화로 인한 공기(工期) 지연, 방송ㆍ영화 제작업 등 기타 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중소ㆍ중견기업도 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알루미늄 주조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대용산업의 정희철 회장은 "주당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24시간 쉴 수가 없는 용광로 가동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며 "주ㆍ야간에 2명은 근무해야 하는데 주 52시간으로 고정돼 인력 운용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을 늘리는 것도 어렵지만 당장 설비 투자도 녹록지 않다. 정 회장은 "견적과 업체 선정 등 설비 주문에만 보통 6개월, 납품받기까지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생산량을 감당하기 힘든 업체가 많다"며 "결국 인력과 설비 부족으로 생산 물량이 줄이는 곳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경제계의 이 같은 호소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 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날 국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당초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된 근로시간 특례 업종은 국민을 위한 공중의 편의 관점에서 입법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재계 인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를 악순환의 늪에 빠뜨리는 꼴"이라면서 "정부가 유예 기간만 던져 놓고 당초 좋은 정책 취지를 살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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