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청 중 '10대를 후궁으로 경매'?…도 넘은 광고 수위

'왕이되는자' 광고 [출처=유튜브 캡처]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 4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유튜브로 영상을 보던 중 나온 광고에 기가 찼다. ‘후궁선발’이란 단어와 함께 등과 어깨, 다리가 드러난 옷을 입은 여자 캐릭터들이 후궁(왕의 첩)으로 선발되기 위해 저마다 어필을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광고였다. 게다가 10대로 소개된 캐릭터가 ‘내가 제일 젊어요’라고 말하는 등 불쾌한 광고가 계속됐다. 영상을 볼 때마다 반복되는 선정적인 광고에 A씨는 매월 9.89달러(약 1만1000원)를 내고 광고 없이 영상이 재생되는 ‘유튜브 프리미엄(구 레드)’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유튜브 사용자라면 한 번 이상은 봤을 법한 이 광고는 중국 게임사 추앙쿨이 제작한 ‘왕이되는자’라는 청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왕 육성게임이다. 이 게임은 문객을 육성하고 재물을 축적해 군사를 키우는 게임이지만, ‘후궁양성’, ‘일부다처’ 등 다소 선정적인 콘텐츠도 담고 있어 이용등급도 17세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광고에 대해선 나이제한이 없어 어린아이에게도 선정적인 콘텐츠의 광고가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점이다.이 모바일 게임은 올해 4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유통되면서 광고도 시작됐다. 광고 속에는 여성 캐릭터가 알몸인 채로 피가 나게 만드는 묘사를 하거나, 여성 캐릭터가 들고 있는 팻말에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기’ 등 성인들이 보기에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표현됐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여성을 성 상품화하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란 이유로 광고를 차단 조치했다. 당시만 해도 12세 이용가로 유통되고 있어 지난 4월 말부터 17세로 등급이 상향되기도 했다.하지만 게임위의 시정 조치에도 해당 게임의 광고 수위는 지속 논란이 돼왔다. 광고 수위가 완화되긴 했지만, 18세, 24세, 30세라는 푯말을 목에 건 여성들이 경매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등 여전히 선정적인 콘셉트의 광고가 주를 이러 유튜브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미녀 캐릭터와 추녀 캐릭터를 나눠 미녀 캐릭터가 나올 때는 감탄사를, 추녀 캐릭터가 나올 때는 구역질을 하는 듯한 음성을 덧입혀 ‘여혐(여성혐오)’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거센 상황이다.이런 이유로 유튜브 자체도 비난을 받고 있다. 유튜브는 ‘노란딱지’ 기능을 도입해 유해하거나 음란한 콘텐츠 등에 광고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막상 광고 영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유튜브 이용자인 20대 B씨는 “유튜브의 이중적인 행태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유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전 연령대가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광고에 대한 차단이나 제재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선정성 논란이 일더라도 게임업체들이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지 않는 이유는 게임 업체들 간의 심화된 경쟁 때문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를 배포해 이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운로드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게임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들의 마케팅 경쟁이 최근 들어 훨씬 치열해졌다”면서도 “이런 업체들은 선정적인 광고가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정적인 B급 광고로 이른바 ‘어그로(관심을 끄는 것)’를 끈 게임들의 특징을 보면 인기게임 차트에는 올라와 있지만, 막상 광고와 다른 내용이 대부분이라 평점은 매우 낮고 매출 순위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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