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소송에 진 불법 점유 민간인, 항소 및 퇴거 거부...내년 8월15일 복원·공개 차질 우려
테일러가 살았던 종로구 행촌동의 딜쿠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국의 독립운동을 전세계에 알린 근대 가옥 '딜쿠샤'(힌두어 이상향)를 복원해 3ㆍ1운동ㆍ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춰 공개하겠다던 서울시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불법 점용 거주민들 중 유독 1가구가 1심 패소에도 불구하고 이주를 거부해 공사 착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6일 시에 따르면, 시는 종로구 사직로2길17에 위치한 국가 소유 근대 가옥 '딜쿠샤'를 내년 8월15일까지 복원ㆍ정비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20여년 전부터 관리 소홀을 틈타 불법 점유하고 있는 민간인 일부가 끝내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 곳에 살고 있던 12가구 중 11가구를 설득 또는 강제(명도소송ㆍ대집행)을 통해 지난달 말까지 이주를 마쳤다. 나머지 1가구에 대한 명도 소송에서도 최근 승소했다. 하지만 패소한 1가구가 최근 법원에 항소하고 이주를 거부하면서 계획된 8월 공사 착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안 그래도 시는 지난 3월 공사를 착공하려다 이주 거부 가구들 때문에 내년 3ㆍ1절 공개 계획을 8ㆍ15 광복절로 5개월 여 늦춘 상태였다. 이주 거부 1가구는 그동안 불법 점유 및 내부 훼손을 주도하고 타 입주민들에게 주인 행세를 하며 임대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년 이상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점유하고 살았기 때문에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딜쿠샤 옛 모습
이에 따라 시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집은 1919년 3ㆍ1운동 당시 미국 특파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 지었다. 테일러는 1942년 한국을 떠날 때까지 이 집에 살면서 일제에 맞선 한민족의 독립 운동을 해외에 널리 알려 온 인물이다. 3ㆍ1운동 때 한국 민족대표 33명이 작성한 독립선언서를 입수해 동생을 시켜 몰래 해외로 반출, 보도하고 제암리 학살 사건을 기사화했다. 1948년 사망한 후 한국에 묻히기를 소망,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 안치돼 있다.
앨버트 테일러
정부와 시는 이 집의 이같은 역사성과 함께 건축사 측면에서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8월 국가 등록 문화재로 등록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총 면적 623.76㎡ 규모의 빨간 벽돌집으로 영국과 미국의 주택 양식이 절충됐다.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례로 보고 있다. 시와 정부는 국ㆍ시비 25억원을 들여 원형을 그대로 복원한 후 테일러 외에 석호필(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ㆍFrank W. Schofield) 박사 등 우리나라 독립에 기여한 서양인들을 조명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또 경교장ㆍ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등 주변 역사 유적과 연계해 '근대역사문화 클러스터'의 중심지 및 주민 향유 시설 운영하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2016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원형 복원을 위한 학술연구, 전시 기본 계획, 복원 설계 용역까지 마쳐 놓은 상태다.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이주비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2심ㆍ3심까지 가게 되면 내년 복원은 불가능하고 요즘 사회 분위기로 봐선 강제 대집행도 힘들어서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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