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국민건강보험공단과 주요 의약단체가 내년도 진료비 인상액을 결정하기 위한 요양급여 비용(수가) 협상을 시작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생존권을 걸고 '적정 수가'를 관철시키기 위한 의약 단체들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아시아경제는 각 의약단체장 인터뷰를 통해 문 케어를 둘러싼 입장을 들어보고, 첨예한 쟁점들을 살펴본다.<편집자주></i>문케어, 이렇습니다 <3>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보장성 강화 반대 이유 없다. 다만 협조·이해 필요한데의료계는 정책 추진과정서 폄하되고 소외됐다 생각""막혀있는 문제 해결하려면정책 만든 정부가 방안 찾아야적정수가 보장이 그 첫 단추"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보장성 강화는 공급자인 병원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데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에서 의료의 기본적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견제'를 할 것이다."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경희대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21일 "정책을 추진하다 산에 막혀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책을 낸 쪽에서 풀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임 회장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정책을 제안한 정부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보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있는 상황에서 꼬인 매듭을 정부가 먼저 나서 풀어야 한다는 의미다.그는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간 불신이 오랜 기간 쌓여있다"며 "의료계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이 미미한 상황에서도 의료 수준을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는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가 폄하되고 소외됐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과 개선책으로 '신뢰'를 든 이유다.신뢰 회복은 기본적으로 수가에서 출발한다. 정부도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틀 안에 넣는 보장성 강화 작업을 하는 대신 '적정 수가'를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이 원가계산시스템 연구 결과(2013년)에서 원가보존율이 78.4~79.1%에 그쳤다.같은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서도 종합병원의 원가보존율은 89.67%로 분석됐다. 이후 수가조정이 일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원가보존율은 80%대로 원가를 밑돈다. 게다가 문재인 케어에 따른 수입 감소, 병상 간격 조정 등 감염관리 강화, 전공의 특별법(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최저임금 등 각종 제도 변화에 따라 비용 부담이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수가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회장은 "문재인 케어라는 정책이 완전히 정립되는 기간까지 의료계 어려움을 보존해주는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현안 하나하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를 포용할 수 있는 정부 의지를 보여준다며 상생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서는 기승전'수가'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결코 돈을 더 벌기 위해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병원 경영이 안정돼야 결국 국민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적정 수가 보장을 통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비만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다만 이 과정에서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게 병원협회(이하 병협)의 입장이다. 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수의료를 보장하고 의료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정 보상이 되도록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결과물을 보겠다는 얘기다. 그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필요성과 이를 추진하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한다"며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의료의 기본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견제하겠다"고 했다.그동안 병협은 문재인 케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나 대응방식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11일 임 회장의 취임 기념 간담회 때 처음으로 '협조와 견제'를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병협 내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보니 의견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병협은 대학병원과 같은 대형 종합병원과 중소병원, 전문병원 등 1000여개 의료기관을 회원으로 둔 단체다. 병원 규모에 따라 이해관계가 조금 다르고, 병원 인력의 40%(중소병원 기준)를 차지하는 비의료인의 관심사도 의료인과 다르다. 임 회장은 "병원간 세부사항에 대해 입장 차가 있을 수 있지만 문재인 케어에 대한 기본 입장과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며 "문재인 케어의 각 사안이 검토되는 과정에서 소속 병원회의 의견을 들으며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특히 보장성 강화로 인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보장성 강화로 의료 이용의 쏠림 현상은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사안"이라며 "수년 동안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를 반복하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논의한다면 이 문제도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2년간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통해 마련된 권고문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의 의견 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4차산업부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