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 위치한 알렉산더 대왕 청동상(사진=픽사베이)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간 국가명 분쟁에서 중심에 서 있는 역사적 위인이 있다. 바로 동방원정으로 고대세계 최고의 군사지휘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알렉산더 대왕'이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서로 알렉산더 대왕이 자국의 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알렉산더 대왕의 국적 문제가 유럽판 '동북공정'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마케도니아가 알렉산더 대왕이 자국의 위인이고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역사가 자국 역사라 주장하는 것은 현재 마케도니아 국토 대부분이 과거 마케도니아 왕국의 영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에서는 현 마케도니아 지역은 고대 그리스의 '파이오니아' 지역으로 마케도니아 왕국에 훗날 합병된 북부 변경에 불과하고 마케도니아의 중심지였던 진짜 마케도니아는 현재 그리스 북서부에 있는 '마케도니아 주(州)'라고 주장하고 있다.실제적으로 따져보면, 그리스의 명분이 더 강한 상황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고향이자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수도인 '펠라(Pella)'시 역시 현재 그리스 영역으로 돼 있고, 과거 마케도니아의 중심권역 대부분이 그리스 영토 내에 위치해있다. 알렉산더 대왕 또한 과거 올림피아 제전에 선수로 참가하고자 자신이 그리스 혈통임을 주장해 인정받았었던 일화도 있다.그리스 테살로니키에 세워진 알렉산더 대왕 석상(사진=위키피디아)
더구나 현재 마케도니아는 인구 대부분이 그리스계가 아니라 슬라브계통이다. 과거 10세기 세르비아, 불가리아 왕국 등이 생겨나면서 유입된 슬라브계통들이 주 인종이고 여기에 15세기 중엽 이후 오스만 터키군을 따라 들어온 이슬람 인구도 상당하다. 문화적, 인종적으로도 그리스보다 명분에 취약한 상황이다.결국 그리스 입장에서 마케도니아가 알렉산더를 자국 위인이라 주장하는 것은 중국이 고구려와 광개토대왕을 중국 지방정권의 지배자 정도로 주장하는 '동북공정'과 다를바 없다는 것. 오히려 그리스의 극우민족주의 세력들이나 과격파들은 19세기부터 유행하던 '대(大) 그리스주의'를 내세워 마케도니아 전역도 사실 그리스 땅이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금새벽당'과 같은 극우 정당들은 마케도니아를 상대도 전쟁도 불사해야하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마케도니아 역시 유럽연합(EU) 가입과 나토(NATO) 가입 등 실용적인 문제로 그리스와 최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케도니아 왕국의 후계자라는 정통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간의 국가명 분쟁이 당장 표면적으로는 약화되도 완전히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실제 정치적,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1:1 상황이라면 마케도니아에 비해 인구나 영토, 군사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선 그리스가 유리하지만, 발칸반도 내에서 이웃국가들 대부분과 사이가 좋지않은 그리스에 비해 구 유교 연방국가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심지어 터키와도 사이가 좋은 마케도니아는 우군이 많은 편이다. 국지전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도 양국간 기묘한 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돼 국가명 분쟁은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