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보통 기상이변을 떠올리기 쉽지만, 생태계 내에서 '수컷'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작용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에서 깨어날 때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파충류들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성비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파충류 뿐만 아니라 혹서기 기온 상승 영향이 사람의 성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지구온난화 속도에 따라 거대한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지난 10일 미국 USA투데이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수록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과 호주 퀸즐랜드 환경유산보호부가 공동실시한 연구에서 호주 대산호초 북부에서 부화한 초록바다거북 가운데 거의 성체에 이른 개체들을 검사한 결과 99.8%가 암컷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새끼 거북이 암컷으로 태어난 것. 이는 호주 대산호초 북부보다 상대적으로 수온이 낮은 남부 일대에서 태어난 초록바다거북들의 암수비율보다 훨씬 불균형한 것이다. 남부의 새끼 거북들 중 성체가 된 암컷의 비율은 67.8%, 그보다 어린 준성체들의 비율도 64.5% 정도로 암수 비중은 6:4 정도로 나타났다.호주 대산호초 북부에서 유독 성비불균형이 극심하게 발생한 원인은 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거북의 성별은 알이 부화 전까지 위치한 지역의 기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거북의 알은 온도에 따라 성호르몬 구성이 달라지는데, 이 비율에 따라 바다거북의 성별이 결정된다. 보통 부화에 필요한 적정온도인 섭씨 26~35도보다 높으면 암컷이, 낮으면 수컷이 된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호주 대산호초 북부의 해안 지역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바다거북 알의 호르몬에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해안으로 올라와 알을 낳고 있는 초록바다거북 모습. 알을 낳은 지역의 기온이 올라갈수록, 수컷이 태어날 확률은 더욱 줄어든다.(사진=EPA연합뉴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호주 북동부 해안의 바다거북을 조사한 결과, 새로 태어난 117마리의 새끼 중 한 마리만 수컷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암컷이었다. 최근 20년간 수치를 살펴봐도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암컷의 비율이 86%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성비불균형이 앞으로도 이렇게 심각하게 이뤄질 경우, 초록바다거북이 멸종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사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성비불균형 문제와 이에 대한 경고는 그동안 많은 연구진들에 의해 제기돼왔다. 보통은 파충류나 양서류 같이 기온변화에 민감한 변온동물들의 경우가 많이 보고됐지만, 사람 역시 기상이변이 성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인간도 온난화가 심해져 여름기온이 올라갈수록, 남성 태아의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지난 2014년, 일본 효고현의 M&K 의학연구소와 시미즈 여성병원 연구진이 1968년부터 2012년 사이 일본 기상청에서 수집된 기온변화 데이터와 신생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름이 더울수록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가 태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혹서기 기온이 높으면 모체 내부 태아 역시 열기를 견뎌야하는데, 남아보다는 생존력이 높은 여아가 더 잘 견디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자 태아일수록 뜨거운 열기에 대해 민감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기온이 높은 열대우림지대와 중동 사막기후 지역에서도 대체로 여성의 인구비율이 높다고 알려져있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