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 칼럼] 유럽이 일본 인구동태에서 배워야 할 점

[아시아경제] 경제실적의 핵심 잣대인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은 2000년 이래 겨우 15%, 연간으로 따지면 1% 미만 성장했다. 세계 주요 경제대국 가운데 역동성이 가장 낮았던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인구동태를 보면 이는 괄목할만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가 21세기 초 이래 연간 1%씩 줄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생산가능인구 1인당 성장률은 2%에 육박했다. 이는 미국ㆍ유럽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2000년 이래 미국의 생산가능인구 1인당 연간 성장률은 1%에 불과하다.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생산가능인구 1인당 성장률이 널리 쓰이는 것은 아니다. '1인당'이라는 단서가 붙는 지표들은 한 나라의 소비잠재력 측정에 유용하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을 제대로 가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아닌 노년층ㆍ청소년층도 포함되기 때문이다.일본은 성장잠재력이 급속도로 줄고 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무엇보다 생산가능인구 중 더 많은 비율을 노동현장에 투입해온 덕이다. 오늘날 일본의 실업률은 3%도 안 된다. 이는 업체가 채용하려 해도 근무지 등의 조건이 맞지 않는 이른바 '미스 매치 실업률'이다. 미스 매치 실업률이 3% 이하면 일할 의사가 있을 경우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로 간주된다.지난 20년에 걸친 거의 영구적인 디플레이션을 놓고 볼 때 일본의 완전고용 달성과 높은 일자리 성장률은 매우 괄목할만하다. 이는 디플레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생각해볼 거리가 되고 있다.일본의 경험은 유럽에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미래 유럽의 인구동태는 과거 일본의 인구동태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전혀 늘지 않았다.유럽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한 세대에 걸쳐 일본이 경험한 것과 비슷한 비율로 곧 줄기 시작할 것이다. 유럽으로 이민이 유입돼도 이런 추세는 바뀌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유럽의 인구감소를 상쇄하려면 이민 유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유로존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3%에 고착돼 있다. 일본도 오랫동안 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일본의 경험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교훈은 성장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니 유럽중앙은행(ECB)은 '2%에 육박하는 인플레' 목표치가 그리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유럽중앙은행(ECB)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행은 막대한 양의 국채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를 끌어올리는 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또 다른 교훈은 가계저축이 엄청난 나라라면 막대한 공공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공부채를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은 아니다.마지막 핵심 교훈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라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이 통제불능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현재 유로존의 평균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2%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안정성장협약(SGPㆍ유로화의 통화가치 안정 차원에서 가입국의 재정적자 상한선을 GDP의 3%로 정한 협약)' 덕인 듯하다.유로존은 구조상 재정ㆍ금융 정책 사용에 제한을 두게 된다. 그러므로 미래 유로존에서 성장을 이어갈 유일한 방법은 줄어가는 인구의 잠재력을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다니엘 그로스 유럽 정책연구센터(CEPS) 소장ⓒ Project Syndicate 번역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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