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한 끼] ‘광해’ - 팥죽,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팥죽은 주인공 하선(이병헌 분)이 군주로 성장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 컷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광대가 광해로 사는 15일간의 행적을 통해 고립된 군주의 비애와 이를 상쇄하는 인간미, 그리고 상식을 현실로 만드는 좋은 정치가의 초상을 가장 현실적 판타지로 그려낸다. 여기에 가진 것이라곤 재주뿐인 천민 광대가 일거에 군주의 덕을 갖추는 고비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팥죽이다. 광해를 연기하는 광대 하선은 궁 안의 자신을 둘러싼 작고 사소한 인연들을 살피고자 수라를 마다하고 팥죽 한 끼를 자처하며, 또 이를 나누며 그들의 마음을 얻는다. 기미나인 사월이의 형편을 헤아리고, 우직한 도부장의 의심을 달래며, 얼어붙은 중전의 마음을 녹여낸다. 고려 말 유학자 이색은 ‘나라 풍속 동지에 팥죽을 짙게 쑤어 먹으니 삿된 기운을 씻어내 배 속이 든든하다’ 노래한 바 있다. 의심과 경계의 기운을 내려놓고 상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대접한 한 끼, 팥죽을 통해 영화는 광대가 군주로 성장하는 진심의 힘을 보여준다. 하선은 자신에게 칼을 겨눈 도부장에게 팥죽 한 그릇을 보내곤, 이내 묻는다. “팥죽 맛이 어떻더냐.” “달고 맛났사옵니다.” “그래. 살아있어야 팥죽도 맛난 거야. 이 칼은 날 위해서만 뽑는 것이다. 꼭 기억해두거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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