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씁쓸한 뒷맛 남긴 불꽃축제

사진=윤동주 기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축제의 뒷맛이 쓰다.전날 밤 열린 여의도불꽃축제에 주최 측 추산 100만명(경찰 최종집계 85만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밤하늘을 수놓은 10만여발의 불꽃을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반겼다는 뜻이다.올해로 15회를 맞은 불꽃축제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지난달 30일 오후 7시 2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불꽃축제는 우리나라팀을 비롯해 미국팀, 이탈리아팀이 화려한 불꽃쇼를 선보이며 막을 내렸다.주최 측과 서울시, 경찰, 소방, 자원봉사자들까지 나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으나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최장 10일의 황금연휴 첫날인 토요일 오후 불꽃축제 취재에 나서며 올해는 길가에 나뒹구는 쓰레기가 없길 간절히 바랐다.축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람은 산산조각 났다. 온갖 종류의 먹거리를 파는 노점과 쉴 새 없이 음식을 실어 나르는 배달원들, 잔디에 앉아 낮부터 소주 등 술을 연신 들이켜는 시민들을 보며 ‘예년과 다를 바 없겠다’는 우려가 들었다.불꽃쇼가 끝나자 한강공원은 거대한 술판으로 바뀌었다. 오후 8시 30분 원효대교남단 부근에서 시작한 유명 개그맨의 디제잉 공연에 흥이 오른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먹고 마시고 몸을 흔들었다.

불꽃축제가 열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곳곳에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사진=김민영 기자

거기까진 좋다. 시끄러운 클럽 음악을 뒤로한 채 한강공원을 천천히 둘러 봤다. 여기저기 쓰레기 천지였다. 원효대교남단부터 마포대교 아래쪽까지 약 1km를 걷는 30여분 동안 ‘쓰레기산’ 30여개를 목격했다. ‘앉았던 자리는 깨끗이 치우고 간다’는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 왜 거대한 인파가 몰리는 축제 때는 통하지 않는 걸까.한 지인이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강력하게 단속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지만 와 닿지 않았다. 단속하는 그때만 반짝할 뿐 조금 지나면 다시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이 생겨날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단속과 통제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남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보람으로 여기는 한 환경미화원의 말을 새겨볼만 하다. 이날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만난 39세 장모씨는 “‘나 하나쯤은 괜찮다’며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걷잡을 수 없는 쓰레기산을 만든다”며 한곳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몰려와 쓰레기를 쌓아 놓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했다.

사진=윤동주 기자

어떠한 ‘나쁜짓’도 처음엔 어렵지만 그 다음은 매우 쉬운 법. 누군가 시작한 비양심에 동참하는 또다른 비양심이 되지 말자는, ‘내가 만든 쓰레기는 내가 치우자’는 표어가 2017년 대한민국에 어울리는지 의문이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