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례의 정치학]①중국은 왜 홍콩의 국기 경례법을 뜯어고치려 할까?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 중인 중국군인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중국정부가 홍콩의 국기 경례법이 미국식이라며 중국식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소식에 중국과의 통합 20주년을 맞은 홍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홍콩 내에서는 이런 중국정부의 조치는 지난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된 이후 홍콩에 부여하기로 한 고도의 자치권인 '일국양제(一國兩制)'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라 반발하고 있다. 지난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중국 국가를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법'의 초안을 심의 중이며 이것을 홍콩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 법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에 대한 공공장소나 상업광고 사용을 금지하고 풍자나 조롱하는 것도 금지된다. 국기 게양 및 국가 연주 시 통상적인 국민의례에 맞춰 가슴에 손을 올리는 의례법도 함께 금지된다. 이것은 미국식 경례이기 때문에 중국식으로 차렷자세를 유지하라는 것. 이를 지키지 않으면 최고 15일 구류형을 내린다고 중국정부가 밝히면서 홍콩 시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성홍기와 함께 게양중인 홍콩국기. 대부분 국가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방식은 오른손을 가슴에 얹는 것으로 비슷하지만 중국은 차렷자세로 한다.(사진=위키피디아)

그럼에도 현재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이후 강력한 사상통제에 나서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밀어붙일 계획이다. 영국으로부터 반환 20년째를 맞이한 상황에도 홍콩의 민주화 시위 및 반발이 끊이질 않자 강제적인 동화정책 수단으로 사소한 부분까지 통합에 나서고 있는 것. 지난 2015년, 이른바 '우산혁명'이라 명명된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시위 이후 홍콩의 반중 감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실 중국이 강제로 통일시키려는 국민의례의 경우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 국민의례 때 가슴에 오른손을 얹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차렷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경례를 뜻한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는 일명 조그식 경례라 해서 손날을 세워 올리는 방식이 있으며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가슴에 손을 얹는 대신 주먹을 올린다.

홍콩의 반중시위에 등장했던 옛 영국령 당시 사용하던 홍콩기(사진=위키피디아)

손을 어디에 올리느냐는 아주 사소한 문제이긴 하지만 여전히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향후 30년 뒤에는 일국양제를 넘어 완전한 통합으로 가야하는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자유주의 문화가 강하고 상대적으로 이질적인 홍콩을 동화시켜야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콩과의 통합 문제는 향후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계획 중인 대만과의 통합 문제에도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강압적인 통합이 더 강한 반발만 부를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1842년 할양된 이후 150년 이상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은 홍콩에서는 공산국가인 중국만큼 국민의례를 잘 하지도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국가들은 나치 독일의 국가주의적 광신에 대한 혐오로 대다수 국가에서 군인들을 제외하고 민간에서 국민의례를 잘 행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홍콩도 이런 영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이 당장 중국식을 무조건 강요할 경우, 중국의 통합정책에 대해 온건한 시민들도 반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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