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김은별특파원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달이 완전히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야구팀 살렘 카이저 볼케이노스(Salem-Keizer Volcanoes)의 경기장. 평소와 달리 이날 야구 경기는 오전 9시35분에 시작됐다. 야구 경기 시작 전 경기장 매점에서는 아침 7시부터 아침식사메뉴를 파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이 경기장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 시작 후 모습은 더 이채로웠다. 경기가 시작된 지 30여분 후인 10시 경 잠시 중단됐기 때문. 바로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한 개기일식 현상 때문이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개기일식 특별 기념구와 티셔츠를 사 들고 돌아갔다. #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 최근 이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는 '일식(eclipse)'이다. 10달러대의 일식관찰 안경에서부터 일식 기념 티셔츠, 100달러가 넘어가는 망원경, 일식관찰용 필터 등이 빠르게 팔려나갔다. 완벽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주는 오리건주에서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까지 총 10여개 주이지만, 절반이나 3분의 1정도만 가리는 다양한 모습의 일식을 거의 미국 전역에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제품 판매량이 높았던 것 외에 일식 관련 이벤트, 캠프장도 만석을 이뤘다.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이 개기일식 관찰 지역으로 공식 지정한 아이다호 박물관이 자리한 아이다호에는 약 5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됐다. 1년 전부터 숙소 예약이 쇄도했고, 호텔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등의 숙소 가격이 치솟았다. 북미 대륙에서 펼쳐지는 '역대 최고의 우주 쇼'로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21일(현지시간) 낮 미국에서는 서부 해안부터 동부 해안까지 미국 대륙 전체를 스쳐 지나가는 개기일식이 발생했다. 이번 개기일식을 지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번 일식을 자체적으로 '그레이트 아메리칸 이클립스(Great American Eclipseㆍ위대한 미국의 일식)'라고 이름 붙였다. 개기일식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각 주들이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미국은 유난히 자연, 우주 관련 이벤트에 열광한다. 해가 더 아름답게 지거나 뜨는 모습, 달이 유난히 붉게 보이는 날 등을 미리미리 체크해 관광 상품으로 만들고 뉴스에서도 크게 홍보한다. 특히 이번 일식은 1776년 미국 독립 이후 미 대륙에서만 관측 가능한 첫 번째 일식이라 의미가 더 컸다. 달이 태양 빛을 가려 발생하는 일식이 같은 지역에서 다시 발생하려면 이론적으로 375년이 걸리는데, 미국에게는 2017년이 그 해이기 때문이다.(사진출처=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발코니에서 아내 멜라니아 여사, 막내아들 배런과 함께 개기일식을 지켜보고 있다.
◆'자연의 슈퍼볼' 적극 활용하는 미국= 미국 언론들은 이번 개기일식을 '자연의 슈퍼볼'로 불렀다. 슈퍼볼은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경제적으로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슈퍼볼만큼이나 자연 이벤트를 통한 경제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미국 현지 뉴스들을 지켜보다 보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니라고 여겨지는 자연의 이벤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일식 이벤트는 99년만에 벌어지는 매우 큰 이벤트이긴 하지만, 평소에도 소소하게 많은 것들을 활용하곤 한다. 일례로 뉴욕 시민들은 '맨해튼헨지(Manhattanhenge)'라는 단어를 방송과 신문에서 종종 접한다. 맨해튼이라는 지역 이름과 스톤헨지라는 단어를 접목한 이 단어는 매년 여름과 겨울 한 번씩 아침뉴스의 첫 화면을 장식한다. 이 단어는 영국의 스톤헨지에서 돌 구멍 사이로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는 데서 착안됐다. 특정 시기에 맨해튼 빌딩숲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는 현상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단순히 '멋진 광경'이라는 표현이 아닌, 특별한 이름을 붙여 줌으로써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 시기 타임스퀘어 등 '맨해튼헨지'를 볼 수 있는 거리 인근 상점은 관광객들과 전 세계에서 몰린 사진작가들로 북적인다. 뉴욕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지만, 건물이 빽빽하게 몰린 다른 미국의 도시들도 비슷한 현상을 이름붙여 홍보하고 있다. 시카고헨지, 보스턴헨지, 필리헨지 등이 대표적이다.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을 모으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이런 사소한 자연의 이벤트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공의 톰 리건 박사는 "자연현상 이벤트가 사람이 만드는 게임과 같은 이벤트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올해의 경우에도 이 정도 규모의 일식이 없었기 때문에 스포츠 경기와 비교하기 쉽진 않지만, 지역에서 풋볼 경기를 10번 하는 것과 비슷하게 추정된다"고 전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