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매운 맛④]발디딜틈 없는 매운음식 전문점…뜨는 '창업 코드'는 맵

스트레스 많은 대한민국…매운 맛으로 극복 직장인ㆍ취준생ㆍ학생 등, 매운 음식 전문점에 발길

부산 매운떡볶이(사진= SBS '백종원의 3대천왕'캡처).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6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떡볶이 전문점. 이 곳에서는 넥타이를 맨 남성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떡볶이를 맛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떡볶이는 여성들이 주로 선호하는 간식이지만, 이 전문점만큼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비결은 맛에 있었다. 대표 메뉴는 강렬한 매운 맛을 내는 국물을 바탕으로 하는 것. 고통스러울 정도의 맵기 강도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매운맛에 도전하는 직장인들, 학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하루에도 열 두 번은 더 퇴사를 고민한다는 신입사원 장수지 씨는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요즘 같은 취업절벽 시대에 웬만하면 참지'라고 말해 위로가 되지 못해 친구들과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고통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매운 음식 전문점이 뜨고 있다. 매운 맛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직장인, 수험생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기존 메뉴를 매운 맛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하거나, 매운 음식 관련 신메뉴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일부는 매운맛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맛집으로 등극한 경우도 있다. 매운맛의 강도를 단계별로 구분해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하도록 하거나, 극강의 매운맛을 이겨내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등의 이벤트를 내걸기도 한다.

사진= 케티이미지뱅크

최근 소비자들이 매운맛을 선호하게 된 경우는 장기불황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불황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실적이 고꾸라지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은 사면초가에 처했기 때문이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 수험생, 학생 등도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 받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은 매운맛을 통해 현재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로 입사한 지 반 년째인 또 다른 신입사원 김영준 씨도 주말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매운 떡볶이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종종 기울인다. 그는 "재직기간동안 2번이나 쓰러져 병원 신세를 졌다"며 "선배들이 떠넘긴 업무를 처리하느라 2주 동안 새벽 2시에 퇴근했더니, 몸이 한 번에 훅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매운 맛 정복기를 쓰고 있다"며 "매운 것을 참으면 뭔가 이겨낸 것 같아 뿌듯함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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