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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유보통합', 무계획 시행안에 현장 혼란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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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교원 자격' 각계 의견 분분
연말 도입하지만 구체성 떨어져
교육부는 "관계기관 협의 중"
현장에선 "전문성 보장돼야"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체계를 통합하는 ‘유보통합’ 운영 반년을 앞두고 시행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현장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올해 말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예산 배정과 통합 교원 자격 부여 방안 등 세부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 여파가 큰 사업인 만큼 유치원, 어린이집, 학부모 등 각계 의견이 달라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유보통합', 무계획 시행안에 현장 혼란은 계속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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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김경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강제적으로 별도 학위 수여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며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면 현장 업무와 병행할 수 있는 교사가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불씨 '통합교원 자격'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시행계획에 따르면 통합기관 교원 자격 부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학사학위 과정으로의 개편을 통해 신규 교사를 양성하고, 현직 교사는 특별교원양성과정 또는 대학(원) 신편입학을 통해 통합교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정하는 안을 내놨지만 각계 의견을 수렴 단계다. 교사의 처우 개선책에 대해서도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측은 "협의 중"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현장 교원들 사이에서는 보육·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영아·유아별 특성과 교사의 전문성이 다르다며 자격 조건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서모씨(27)는 "훈육이나 교육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선생님과의 애착, 긍정적 경험이 더욱 중요한 0~2세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교사와 작은 사회 속에서 건강한 사회관계를 확립해야 하는 3~5세 아이에 따른 교사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춰 자격증을 나눠서 배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 보육교사·유치원 정교사 자격 중 하나만 있는 경우 재직 중 교육과정을 통해 통합교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어떤 교육을 받게 될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유치원 교사 문모씨(31)는 "특별양성과정을 통한 교원 자격 취득은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유아교육의 돌봄화와 교육 질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씨는 "현장에서 공석만 만들지 않는다면 재직 중 통합교원 자격을 취득하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공석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인터넷 교육으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한다면 반대한다"고 했다.


처우 보장, 예산 계획 부재 지적도

논란의 '유보통합', 무계획 시행안에 현장 혼란은 계속 NH투자증권 직원이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교사의 처우 보장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측 관계자는 "여전히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의 자격 조건을 나눠서 통합을 추진하면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보육교사의 역할이 이전보다 축소되고 일자리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예산 집행 계획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현재 유보통합 방안에는 국공립교사 처우 개선, 국공립유치원 교육환경 개선과 관련한 방안, 재정 투자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과 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회계 투명성, 재정적인 공공성 강화 방안이 전무하다"고 했다.


학부모들 "환영", 입소 방식 결정돼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기존에 가장 큰 고민이던 만 3세 시기 어린이집-유치원의 갈림길을 없애고 보육·교육 시간이 늘어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만 4세 아들을 둔 강모씨는 "아이가 3세가 되며 했던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재학 중이던 어린이집을 계속 보낼지, 유치원에 보낼지에 대한 것이었다"며 "교육 중심인 유치원을 선택하면 어린이집보다 일찍 수업이 끝나 맞벌이 부부는 다시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유보통합이 되면 교육과 놀이 활동을 함께 지원해줄 수 있고 이른 하원 시간으로 인한 맞벌이 부모의 고민과 사교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공식화한 '유치원 상시입학제 도입'에 대해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만 3세 자녀를 둔 도모씨는 "인기가 많은 유치원은 들어가기 힘든데 상시입학제를 하게 되면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기관 입소 방식이 가점제 중심의 어린이집 형태로 이뤄질지, 유치원처럼 추첨제로 이뤄질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라 가점이 사라지면 매우 곤란하다. 입학 방식에서 가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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