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공모전 선정 임직원 일정기간 자유로이 근무사업화 가능성 높으면스타트업으로 독립시켜안구마우스·뇌예모 등5년간 잇단 프로젝트 성공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씨랩 전용 공간인 C스페이스 내 전시관 C랩 갤러리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2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7' 현장. 삼성전자가 마련한 4YFN(4 Years From Now) 부스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곳엔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서 선정된 우수 과제 4곳이 전시됐다. 글로벌 기업은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빛난 이들 제품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전시 제품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각보조 기기인 릴루미노(Relumino)는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시각 장애인이 세상을 보다 밝고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기기로 관심을 받았다. 언제 출시되는지, 투자는 어떻게 하는지 등 관람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존 시각보조기기의 대당 가격이 1000만원인 선인데 비해 릴루미노는 앱과 가상현실(VR) 기기를 합쳐도 10만원 안팎이면 장만할 수 있을 전망이다.이밖에 실물 모니터를 대신해 VR 환경에서 가상 스크린을 띄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는 '모니터리스', 사용자가 원하는 가구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기 전 가상으로 집안에 미리 배치해볼 수 있는 VR 앱 '빌드어스', 위치기반 온라인 영상 공유 플랫폼 '트래블러' 등도 호평을 받았다.◆5년째 맞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랩(C랩)이 올해로 5년을 맞았다. C랩은 삼성전자의 창의적 조직 문화 확산과 임직원의 사업 아이디어 발굴 및 지원을 위해 도입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임직원들은 일정 기간 현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씨랩 전용 공간인 C 스페이스 내 전시관 C랩 갤러리에서 C랩 과제원들이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다.
C랩의 가장 큰 차별점은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고, 실패가 용인된다는 것이다. 팀 구성,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 과제 운영에 대해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며 직급이나 호칭, 근태 관리에 구애받지 않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근무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므로 높은 목표에 대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C랩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도다.C랩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낸 과제들은 사업화 단계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높은 과제들은 사내 각 사업부문으로 이관돼 후속 개발이 진행된다. 외부에서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과제들은 스타트업으로 독립해 사업을 이어가게 된다. 삼성전자는 우수 아이디어가 사장(死藏)되지 않고 스타트업 환경에서 혁신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2015년부터 C랩의 스타트업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를 통해 전 임직원의 도적의식을 자극하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숨은 인재들을 발굴할 뿐만 아니라 외부와 소통하는 계기 또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C랩의 업무 절차는 총 다섯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 아이디어 발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제안(일명 피칭 데이)을 통해 개발하고자 하는 콘셉트를 설명한다. 이우 팀 구성과 멘토링이 이러지는 콘셉트 개발 단계를 거쳐 프로토타입 개발ㆍ증명 단계로 이어진다.이후 각 팀은 자신들이 제작한 제품을 글로벌 전시회에 선보이게 된다. 만약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출구 단계로 넘어가 삼성전자 내에 남거나(인하우스 이관) 분사(스핀오프)할 수 있다.◆C랩 54개팀 삼성전자 사업부로 이관=C랩 아이디어 제안 카테고리는 2017년 5월 현재 총 163개에 이른다. 여기엔 교육ㆍ사회공헌ㆍ사물인터넷(IoT)ㆍ헬스케어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돼 있다. 이중 127개의 프로젝트가 완료됐으며 36개가 진행중이다. C랩에 참여한 임직원은 646명이다. 완료된 127개 프로젝트중 45%(54개팀)가 삼성전자 사업부로 이관됐다. 35%(완료27개팀ㆍ중단 17개팀)는 프로젝트 마무리 후 완전히 종료됐으며 , 성공 가능성이 높은 20%(25개팀)는 외부 스타트업으로 성장, 출범할 수 있도록 스핀오프 형태로 분사됐다.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씨랩 전용 공간인 C스페이스내 시제품을 제작해 볼 수 있는 C랩 팩토리에서 C랩 과제원이 3D 프린터를 활용해 테스트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C랩 출범 이후 지난 5년간 적지 않은 성과들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이도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안구마우스(eyeCan)' ▲뇌졸중 전조 증상을 감지할 수 있는 모자 '뇌예모' ▲모바일 VR 컨트롤러 '링크(RINK)' ▲스마트 벨트 '웰트(WELT) ▲VR 강화 헤드폰 '엔트림 4D' 등이 대표적이다.C랩 출범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도 창의적인 문화가 형성되는 등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 참가 신청 인원은 해매다 늘어 2016년에는 2000명을 넘어섰다"며 "각 팀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사내 C랩 페어에는 68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는 C랩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 내 중앙 공원인 센트럴파크 지하에 C랩 전용 공간을 추가로 조성했다. C랩은 과제 성격에 따라, 센트럴파크 C랩 공간과 우면동에 위치한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2016년 하반기 이후 C랩 출신 스타트업들의 성과도 가시화 되고 있다. 스케치온은 지난해 12월 유럽 최대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슬러시(Slush)2016'에서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톱4에 선정돼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인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 목표 금액을 크게 상회하는 투자액을 유치했던 솔티드벤처와 이놈들연구소, 웰트도 곧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올해에도 베베핏 등 4개팀 분사=지난 4월에는 C랩에서 4개의 스타트업이 독립했다. 베베핏(Bebefitㆍ법인명 모닛)은 '부모를 편안하게, 아기를 행복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크게 두 가지 기능을 담은 스마트 아기띠를 개발했다. 먼저 장시간 아기띠를 착용할 때 느끼는 부모의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컨버터블 힙시트(Convertible Hipseat) 구조를 적용했다.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면 힙시트를 접어 무게 중심을 어깨로 이동시키고, 어깨 통증이 느껴지면 힙시트를 펼쳐 무게 중심을 허리로 이동시켜주는 개념이다. 간단한 원리이지만 육아의 고통을 크게 덜어주는 아이디어다.
지난 4월 C랩에서 분사한 모닛
두 번째 핵심 기능은 마카롱 모양의 작은 센서에 있다. 센서는 아기띠에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부착할 경우 아기의 대소변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고,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아기 주변의 공기질을 관리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치카퐁(chikapongㆍ법인명 키튼플래닛)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양치질을 잘하게 할까"라는 일상의 작은 고민을 IT 기술로 풀어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캐릭터로 게임을 만들어 즐겁게 양치질을 따라 할 수 있도록 했고, 칫솔에는 아이의 모션을 체크할 수 있는 작은 센서를 부착해 양치가 잘 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부모에게 알려준다. 아이는 재미있게 양치 습관을 기르고, 부모는 '치카퐁'의 덴탈 리포트를 통해 아이의마무리 양치를 도와줄 수도 있다.태그플러스(TagPlusㆍ법인명 태그하이브)는 장난감을 더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린이용 원클릭 사물인터넷(IoT) 솔루션이다. 누르기(Click), 흔들기(Shake), 길게 누르기(Hold), 서로 부딪히기(Bump)와 같이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동작으로 장난감과 모바일 기기가 연결된다. 혼자서 만들기 어려운 블록 조립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친구들과 협력해 블록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에스스킨(S-Skinㆍ법인명:에스스킨)은 피부 분석과 케어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스마트 홈케어 솔루션이다. 피부 상태를 측정ㆍ관리해 주는 '휴대용 디바이스'와 피부 깊숙이 유효 성분을 전달해 주는 '마이크로 니들 패치'로 구성된다. 휴대용 디바이스는 피부의 수분 함유량과 홍반, 멜라닌 지수 측정이 가능하며, 특정 파장의LED 빛을 통해 피부를 관리해 주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마이크로 니들 패치는 화장품 성분의 흡수율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온도에 따라 패치 색깔이 변해 피부에 잘 부착됐는지도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루미니(Luminiㆍ법인명 룰루랩)는 피부 분석은 물론, 보이지 않는 피부 트러블까지 예측해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 주는 제품이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휴대용 측정 디바이스와 분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피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디바이스에서 얼굴 전면을 촬영하기만 하면 루미니만의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여드름, 기미, 주름, 모공, 붉은기, 피지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부 문제점까지 예고해준다. 챗봇 기능을 적용해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하며 피부 상태에 맞는 케어 방법과 화장품을 추천해준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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